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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미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법 (어른과 아이가 함께 배우는 교양 미술)
아이와 미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법 (어른과 아이가 함께 배우는 교양 미술)new

저자: 프랑수아즈 바르브 갈 지음, 박소현 옮김 l 출판사: 동양북스 l 판형: 150x220 l 출간일: 2020.07.03
ISBN: 979-11-5768-630-8 l 페이지: 256 l 난이도: 입문

부록:

정가: 15,800원





아이의 안목은 어른이 길러주는 것,
미술 감상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우는 법

 아이의 취향은 부모의 취향을 닮는다. 굳이 부모가 아니라도 주변 어른이 문화생활을 즐기는 모습이나 예술을 대하는 태도를 일찍부터 보고 자란 아이들은 어른의 문화적 취향을 모방하며 서서히 자기만의 취향을 만들어 간다. 아이의 미적 안목을 형성하는 데 어른의 역할이 크다는 말이다. 대다수 부모는 아이의 감수성과 잠재된 예술성을 일깨워 주고 싶어 하지만 그 방법을 모른다. 가장 쉬운 길이라는 생각에 미술관에 데려가 보지만 아이의 미적 감각과 교양을 키워주는 일은 녹록지 않다. 동행한 어른은 사실 미술에 취미가 없거나 조예가 깊지 않은 '미알못'(미술을 알지 못하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 게다가 유튜브나 게임기만 붙들고 살던 아이들은 뭐든지 금세 싫증을 낸다. 현란한 화면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벽에 고정된 정지 화면 같은 그림을 진득하게 보지 못한다. 아이의 눈엔 옛날 사람이 등장하는 그림들이 고리타분해 보일 뿐이다. 어른은 어렸을 적 자신이 경험한 대로 그림 앞에 아이를 억지로 세워두고 미리 조사한 연대표, 미술 양식, 주제, 화가의 생애에 대한 정보를 '주입하며' 아는 척을 해 보지만 아이는 지루한 설명을 참지 못하고 이내 흥미를 잃는다. 그렇게 어른과 아이 모두 미술 관람이 따분한 기억으로 각인되고 만다.
 이 책은 미술 감상이 이처럼 '지루한 경험'으로 화석화되는 것을 피하려면 아이든 부모든 각자의 관심사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술에 관심이 있다면 기차나 증기선을 묘사한 그림이 왜 많은지를, 스포츠 애호가라면 왜 신이나 영웅들의 몸은 근육질로 표현되는지를, 수학에 일가견이 있다면 황금비율에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그림의 구도를, 역사에 빠져 있다면 초상화 속 정치인이 취한 자세의 비밀을, 지리 '덕후'라면 풍경화 속 화가의 여행지를 주제 삼아 대화의 물꼬를 터보라고 권한다. 어른이 아이와 더불어 스스로를 미술에 갓 입문한 초보자라 여기고 자신의 관심사를 미술에 접근하는 수단으로 생각하면 어렵게만 보였던 미술이 만만해진다는 것이 저자의 조언이다.


어른이 모르는 사이에 훌쩍 자라는 아이의 마음,
아이의 마음을 빚어내는 위대한 예술의 힘

 화가는 어떤 점에선 소설가와 비슷하다. 한 가지 사실은 강조하는 반면 또 다른 사실은 일부러 생략하고 인물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며 자기만의 해석을 그림에 담는다는 점이 그렇다. 가령 다비드는 이탈리아 원정에 나선 나폴레옹을 진취적이며 자부심에 찬 영웅으로 묘사했지만, 들라로슈는 힘없이 피로에 찌든 모습으로 그린다. 같은 장면을 전혀 다르게 표현한 두 그림 중 역사적 사실을 담은 것은 무엇일까. 같은 주제를 다룬 그림이 이처럼 다른 결과로 나타나는 경우는 흔하다. 렘브란트가 남긴 50점의 자화상 중 비슷한 그림은 하나도 없다.
 화가나 조각가 들은 형태를 일부러 왜곡시키거나 미완성으로 남겨 두거나 형체를 자세히 보여주지 않고 뭉뚱그린 듯 대충 표현하기도 한다. 잘린 머리를 들고 있는 그림처럼 관람객에게 기습적인 충격을 안길 때도 있다. 이들이 가학적인 성격이라거나 기교가 뛰어나지 못해서가 아니다. 모든 작품은 미술가의 신중한 선택이 만들어 낸 결과다. 저마다 다른 의도와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 작품들은 예술가 자신의 불안과 근심과 고통과 고뇌와 성찰을 녹여 그만의 관점으로 독특하게 포착해 낸, 우리가 몰랐던 세계와 삶의 모습이다.
이런 작품을 마주한 아이는 특유의 직관적 감상을 통해 불쾌함과 불편함, 당황스러움이 교차하는 감정을 느낀다. 때론 위축되거나 흥미를 보이거나 반감을 갖거나 감동을 받는다. 이렇게 '추한' 그림을 그린 이유는 무엇인지, 전쟁터를 묘사한 장면이 왜 만화경을 들여다보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지, 쓸모없는 누더기를 쌓아놓은 옷더미를 어째서 '작품'이라고 부르는지 등 온갖 의문과 추측을 쏟아내며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작품과 무언의 대화를 나눈다. 그러다 단 하나의 절대적인 관점이란 없다는 사실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작품 속에서 반 고흐, 에드워드 호퍼, 르네 마그리트 등 친근한 대화 상대이자 진정한 친구이자 듬직한 귀감을 발견한 아이는 그렇게 감수성을 조금씩 빚어나가고 안목을 다져나간다.


르네상스 시대 미술부터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서른 점의 미술 작품으로 한눈에 이해하는
보고 또 보고 싶은 미술의 세계

 우리가 명작이라고 말하는 대다수 작품의 주된 공략층은 원래 아이가 아니다. 게다가 한 장면에 메시지를 압축하다 보니 낯선 상징이나 뜻 모를 시각적 장치 들을 그려 넣기도 한다. 아이도 거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어른도 아이를 상대로 알기 쉽게 설명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아이는 호기심이 발동하는 순간 무서운 집중력을 보이며 어른은 생각해 내지 못하는 발상을 떠올리기도 한다. 지적인 포장에는 관심도 없고 미술에 대한 배경 지식도 없는 아이들의 시선은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다. '무식한 소리'처럼 들릴까 봐 솔직한 감상을 '자기 검열'하는 어른과는 달리 가장 정직한 대중이다. 다만 아이가 직관을 좀 더 예리하게 다듬고 미술 작품을 보고 느낀 감상을 언어화하고 작품을 매개로 주변 세계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으려면 주변 어른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 책에는 르네상스 시대 미술부터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독창성, 주제, 양식, 모범적 가치를 기준으로 엄선한 서른 점의 작품들이 수록돼 있다. 가볍게 산책하듯 아이와 함께 작품을 들여다보고 편견 없는 질문과 친근하고 쉬운 해설을 따라가며 가까운 친구와 수다를 떨 듯 서로의 감상을 나누다 보면 미술 읽기에 유용한 시각적 도구들을 읽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역사, 기법, 사조, 주제 등 미술 세계의 주요 이슈들도 섭렵할 수 있다. 이 책은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미술은 소수의 고급 취향이 아니라 누구나 마땅히 누리고 즐길 수 있는 교양이며 누구든 일상적인 언어로 자신의 감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음을 새삼 일깨워 주는, 어른과 아이 모두를 위한 최적의 미술 가이드이다.


| 500자 소개 |  나도 몰랐던 우리 아이의 미적 감각을 깨우는 미술 감상법
 미술에 문외한인 어른과 미술이 처음인 아이 모두를 위한 미술 가이드. 모든 아이는 미적 감각과 감수성을 타고난다. 다만 이를 알아보고 이끌어 주는 일은 어른의 몫이다. 대개 아이는 어른의 문화적 취향을 모방하면서 자신만의 취향을 만들어나간다. 이를 모르지 않는 어른도 아이의 예술적 감수성을 일깨우고 미적 안목을 길러줄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편이란 생각에 아이를 데리고 미술관 관람에 나설 때가 많다. 하지만 유튜브와 게임에 익숙한 아이는 정지 화면 같은 그림이 따분하기만 하다. 길잡이를 자청하며 아이를 그림 앞에 세워두고 온갖 정보를 '주입시키는' (알고보면 '미알못'인) 어른의 접근법도 미술은 '따분한 과목'이라는 고정관념만 더욱 굳힐 뿐이다. 결국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미술 관람은 '따분한 기억'으로 각인되고 만다.
 저자는 이 책의 전반부에서 어른과 아이 모두 미술 작품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미술에 접근하는 6가지 관점, 미술을 대하는 9가지 방식, 그림을 보는 13가지 방법 등 미술 읽기에 유용한 실용적인 정보를 전한다. 후반부에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주요 (서양)미술사를 관통하는 서른 점의 다양한 작품을 수록했다. 아이의 편견 없는 질문과 연령별 눈높이에 맞춘 세심한 해설을 따라가며 이들 작품을 감상하는 연습을 거듭하다 보면 미술 읽기의 시각적 도구들을 저절로 익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술사, 사조, 기법, 주제 등 미술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주요 키워드도 섭렵할 수 있다.




< 저자 소개 >

지은이 | 프랑수아즈 바르브 갈
파리 소르본 대학과 에콜 뒤 루브르에서 미술사를 전공했다. 지은 책으로 《그림 읽는 법: 그림 속 상징 해석하기》, 《아이와 현대미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법》, 《그림을 보는 법》, 《인상주의 작품 보는 법》 등이 있으며 《아이와 미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법》은 9개 언어로 번역·출간됐다.

옮긴이 | 박소현
중앙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학교에서 국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편집자 겸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 책 속에서 >

아이는 그림을 원하는 대로 볼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면 날카로운 직관을 발휘합니다. 만일 이 자유를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북돋워 주지 않는다면 자라면서 어른들의 자기 검열('바보 같은 질문'으로 들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내면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선의 자유는 예술 작품을 탐구하는 데 최선의 출발점입니다. 지적인 설명으로 포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보다는 눈에 보이는 것은 무엇인지, 단번에 눈길을 끄는 요소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세요. 그림과 장소가 풍기는 느낌, 감격스럽거나 당혹스러운 느낌, 외면하고 싶을 만큼 불편하지만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느낌 등의 다양한 감정이야말로 가장 중요합니다._본문 19쪽

아이에게 미술에 대해 설명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미술애호가로 변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예술을 대하는 여러분의 마음가짐은 향후 아이가 작품을 바라보는 태도에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작품을 감상하는 순간적인 즐거움도 좋지만, 예술은 무엇보다 인간의 본성입니다. 아이가 이를 일찍 깨우치면 예술이 눈과 마음을 열어 준다는 사실도 그만큼 빨리 깨닫고 더 많은 영감을 얻게 돼 스스로 그림을 감상하고 사고하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아이는 그림을 보고 이해한 것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가 다음번에 다른 그림을 접할 때 더 잘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교양은 '케이크 위에 얹은 체리' 같은 장식물이 아닙니다. 오히려 케이크를 만들어 내는 주재료인 밀가루이지요. 아이와 이야기를 나눌 때는 아이가 아직 언어로 표현할 줄 모른다 하더라도 연령이나 출신 배경을 떠나 이런 잠재력이 숨 쉬고 있음을 알려 주는 것이 최선입니다._본문 20쪽

친숙함이 단점이 될 때도 있습니다. 역사적 사건과 이를 묘사한 가장 유명한 그림을 자동으로 연관지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연상 작용은 다른 해석의 여지는 끼어들 틈이 없을 만큼 관람자의 시각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따라서 이 그림들을 감상할 때는 반드시 한 걸음 물러나서 봐야 하며, 이들 그림이 역사적 사실에 대한 화가의 주관적인 해석을 제시할 뿐 역사기록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림의 구도, 즉 '연출' 방식은 그 자체로 역사적 사건에 대한 비평입니다. 아이에게 이런 유형의 그림을 보여 주고 설명할 때는 예술가의 '진실'도 중요하지만 역사적 '사실' 또한 중요하다는 점을 이해시켜야 합니다._본문 30쪽

아이들은 전문적인 학술 정보에는 일절 관심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입체파Cubism' 미술의 역사를 상세하게 설명하거나 화가의 생애를 시기별로 늘어놓는다면 아이가 금방 흥미를 잃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대표, 사전적 정의, 주제 및 미술 양식에 따른 분류법은 요긴하게 참고할 만한 자료들이긴 하지만 대화 주제로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런 개념들은 작품 이후에나 등장하며, 그 목적도 작품을 기술하고 분류하는 데 있기 때문에 미술사가 또는 예술 전공자에게나 필요한 작업 도구들이지요._본문 35쪽

아이를 애써 이해시키려다가, 또는 대충 얼버무릴 생각에 가장 쉬운 길을 택하려다가 지나치게 단순화해 설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대다수 예술 작품의 주된 공략층이 아이가 아니다 보니 이렇다 할 결론 없이 설명을 최소화하는 게 일견 타당해 보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꼭 필요한 설명마저 줄이려다 보면 의미가 왜곡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입니다. 이는 결코 바람직한 방법이 아닙니다. 아이도 배우는 게 없고 여러분도 노력한 것에 비해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니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지요. 또한 아이에게 보여 주려 했던 작품도 그 의미를 외면받아 어찌 보면 '배신당한' 셈이 됩니다. 그럴 만한 여유나 시간이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이런 경우라도 부실한 설명은 아예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아무런 설명 없이 그림을 보여 주는 것도 그만큼 유익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가 그림을 보고 기억에 담아 두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일이지요._본문 35~36쪽

누구나 한 번쯤은 상투적인 표현을 접해 봤거나 직접 사용한 적이 있을 겁니다.  상투적인 표현은 사실 알맹이가 없는 말입니다. 그림을 감상하고 설명할 때는 특히 다음과 같은 상투어에 유념해야 합니다. 상투적인 설명을 피하되 왜 피해야 하는지를 이해시키면 아이의 비판적인 사고력을 키워 줄 수 있습니다.
▶ '이 화가는 ~의 영향을 받았다': 꼭 그렇진 않습니다. 예술가는 쉽게 휘둘리지 않습니다. 이들은 스스로 스승을 정하고 지금까지 이어져 온 전통을 분석하고 학습하면서 자신만의 길을 닦아 갑니다. 앙드레 지드는 이를 누구보다 잘 표현한 바 있지요. '영향이란 없다. 만남만 있을 뿐이다'
▶ '이 화가는 당대를 대표하는 예술가였다': 틀린 말은 아닐 테지만 고유의 양식을 확립한 이상 당대를 대표하지 않는 화가는 없습니다. 사람들은 선구적인 화가들을 종종 이런 식으로 표현합니다. 하지만 이들만큼 혁신적이진 않다 하더라도 모든 예술가들은 저마다 나름의 방식으로 '당대'를 반영합니다.
▶ '이 화가의 작품에서는 (추상주의 또는 초현실주의 등등)의 전조를 엿볼 수 있으므로 '현대'미술가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예술가는 자신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스승을 찾기 위해 과거를 돌아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화가의 접근법과 미술사가들이 화가 사후에 재구성해 내는 논리를 구별할 줄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가령 1851년에 사망한 터너는 엄밀히 말해 '추상' 화가가 아닙니다(추상주의는 1912년경에 등장). 마찬가지 이유로 16세기 히에로니무스 보스도 초현실주의(1920년 초반에 등장)의 선구자라고 단정할 수 없지요.
▶ '잘 그렸다'/'데생이 사진처럼 사실적이다': 화가가 그림을 잘 그리는 건 당연합니다. 더욱이 관람의 진정한 목적은 잘 그리고 못 그린 부분을 알아보는 것이 아니라 메시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_본문 38~39쪽

일화는 어떤 사실을 기억해 두거나 상황을 자세히 밝힐 때 도움이 되기도 하고, 감정이입을 유도해 인물을 친숙하게 느끼게 해 줄 때도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의도적으로 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흥미 위주의 일화('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라는 이야기[말]가 있습니다')는 자칫 선입견을 만들어 내는 결과로 나타나 그림 감상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반 고흐와 관련된 일화들이 대표적입니다. 그의 일화들은 고난의 시기였던 1888년, 아를 지방에 초대한 고갱과 심한 말다툼을 벌인 후 스스로 귀를 잘라 낸 이야기에 치중돼 있습니다. 그 자체는 거짓 없는 사실이지만 대다수 아이가 '고흐' 하면 가장 먼저, 때론 유일하게 떠올리는 일화라는 점은 애석한 일입니다. 설명할 시간이 부족하다면 그저 반 고흐는 교양 있는 사람이었고 그의 작품들은 이성을 상실하는 위기를 겪으면서 만들어 낸 결과물이 아니라 명석한 사고와 각고의 노력 끝에 우러나온 것이라고 설명하는 편이 더 유익합니다._본문 39~40쪽

문제는 그림이 마음에 드느냐 아니냐,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느냐 아니냐가 아닙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 즉 화가의 메시지는 협상의 여지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입니다. 어떤 화가들은 격정에 휩싸여, 또는 역사에 대한 응답으로 창작에 임하며, 이들은 한가로이 들여다보는 그림으로는 자신을 마음껏 표현해 내지 못합니다. 보기에만 좋을 뿐인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은 작품을 배신하는 셈이니까요. 하지만 그런 효과는 공격하려는 의도에서가 아니라 화가 자신이 겪은 불안감과 괴로움이라는 감정을 담아 내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대다수 아이는 이런 그림을 보고 '추하다'고 생각하거나 불편함을 느낄 테지만, 때로는 감동을 받기도 합니다. 어떤 아이들은 그림 속에서 낯익은 모습을 발견하고 더 큰 충격에 휩싸이기도 하지요. 바로 그 시점부터 아이들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닙니다. 반 고흐, 카임 수틴, 조지 벨로스,에드워드 호퍼, 노먼 록웰이라는 대화 상대이자 듬직한 귀감을, 진정한 친구를 찾았기 때문입니다._본문 46~47쪽

그림을 본다는 것은 이런 이야기를 그림 속에서 알아보는 일이자 똑같은 이야기를 묘사한 다른 그림을 마주했을 때 차이점을 알아채는 일입니다. 화가가 어떤 주제를 다룬다는 건 나름의 해석을 풀어놓는다는 의미나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어떤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다른 사실은 생략한 채 한 가지 사실만 강조하고, 자신의 관점을 덧붙이거나 등장인물에 대한 편견을 표출하는 것과 비슷하지요. 화가가 반복적인 주제를 다루면서 다른 접근법을 취하는 일 역시 흔합니다. 아이들도 한 가지 주제를 다양하게 표현한 여러 가지 그림을 감상하다 보면 차츰 그림에 숨은 복합적인 의미들을 더 쉽게 파악하게 되고 단 하나의 절대 해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요._본문 47쪽

이는 특히 중세 시대 그림에서 확연히 드러납니다. 완벽한 세계의 배경은 황금색 등 선명한 색으로 표현하는 데 반해, 어둠이나 밤은 신성의 빛을 차단하는 상징으로 여겨진 까닭에 그림에 끼어들 여지가 없었습니다. 인물의 무게감을 표현하기 위해 바닥에 살짝 흔적만 나타낼 때를 제외하면 화가들은 오랫동안 그림자를 기피해 왔습니다. 수백 년이 흐르면서 이 원칙도 빛이 바래긴 했지만, 그림자는 여전히 의혹 어린 시선을 떨쳐내지 못했지요. 하지만 16세기 초반에 이르러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과학적인 명암법을 도입하면서 이 같은 원칙도 무너지고 맙니다._본문 54~55쪽

두 눈길이 만나거나 어긋나는 방식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그림을 읽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 눈길은 몸싸움의 선포나 유혹의 서막을 알리기도 하고 반역의 징후를 보여 주기도 합니다. 19세기 인상파 화가인 마네, 드가, 카유보트가 그린 대다수 그림은 인물들 간 눈 맞춤을 한사코 거부합니다. 먼산바라기를 하며 일부러 서로를 외면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저 애매한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척할 뿐이지요.
이런 시선 처리는 기존에 확립된 표현법과의 단절을 보여 주는 동시에 고독이나 침묵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캔버스 바깥의 물체를 응시하는 듯한 시선도 몽상에 빠진 모습이나 인물의 결연한 의지를 나타내는 가장 간단한 방법입니다. 어느 쪽이든 그림의 제약을 뛰어넘어 당면한 현실을 넘어서고 하는 개인의 독립성을 표현하는 데 목적을 두지요._본문 57~58쪽

그림은 때론 징검다리가 되어 다른 세상을 상상하게 해 줍니다. 따라서 예술 작품을 마주할 때 불현듯 떠오르는 두서없는 생각들이 모두 쓸모없거나 무익한 것만은 아닙니다. 여느 예술 분야가 그렇듯, 또는 우리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순간이 그렇듯 그림은 현실의 제약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힘을 지닙니다. 우리의 사고를 확장시켜 주는 것이지요. 아이가 이를 이해하면 그림은 현실과 단절돼 있기는커녕 오히려 연결돼 있다는 사실에 눈뜨게 됩니다. 아이는 어떤 작품이 예술적이며 호평을 받을 자격이 있고 어떤 작품이 진부하고 평범한지를 엄격히 가려 가며 자신이 실제로 느끼는 감정과 머릿속 지식을 분리시키지도, 현실에 갇혀 있지도 않습니다. 조금은 유별나 보인다 할지라도 다른 아이디어를 이끌어 내거나 생각의 닻을 내리게 해 주는 한 어떤 감상도, 어떤 그림도 좋습니다. 아이가 그림을 보고 '~ 가 생각나요', '~처럼 보여요'라고 자기 생각을 말한다면, 더욱이 아이의 감상이 그림과 무관해 보인다면 오히려 더 잘된 일입니다. 예술과 삶을 자연스레 넘나들 만큼 아이의 마음도 자유롭다는 뜻이니까요._본문 62~63쪽

그림을 보며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어른들은 전혀 생각해 내지 못했던 것을 알아내고, 다양한 그림을 보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보태 가며 차츰 더 자유로운 안목을 기르는 즐거움이 아이에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입니다. 또한 미술은 한 가지 질문에 한 가지 정답만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최적의 분야이기도 합니다. 같은 주제를 두고도 다양한 그림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은 누구는 맞고 누구는 틀린지를 판단해서는 안 되며 어떤 그림들은 여러 가지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가령 홀바인의 유명한 작품인 <대사들>은 어느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 그림이 전하는 모순적인 메시지는 감상의 걸림돌이 아니라 메시지를 더욱 분명하게 읽어 내는 사고력을 자극합니다. 이 사고력을 일상생활에서도 그대로 발휘할 수 있는 힘이 아이에게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일인지도 모릅니다._본문 63쪽

각각의 그림은 이미 확립된 진리가 아닌 화가의 선택에 의해 탄생한 결과물입니다. 따라서 예술 작품을 창조하는 데 필요한 것을 만들어 내고 표현하고 포기할 줄도 아는 화가의 능력을 알아볼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합니다. 화가가 우리 눈앞에 제시해 보이는 것은 보이는 그대로의 그림이 아니라 바로 삶을 대하는 자세입니다._본문 67쪽


아이의 편견 없는 질문과 친근하고 알기 쉬운 해설을 곁들여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미술 감상법

Q 사제가 두 발을 크게 벌리고 서 있어요.
A 그는 쉼 없이 흔들리는 배에 탄 선원처럼 무슨 일이 있어도 휘둘리지 않겠다는 듯 꼿꼿하게 서 있습니다. 그의 두 다리와 뒤편으로 보이는 회당 입구는 일직선상에 놓여 있습니다. 회당의 일부인 것처럼 인물과 건물의 연결성을 부각시켜 사제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신성한 역할을 수행할 책무를 지닌 사람임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이 자세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신념을 나타내기도 합니다._74쪽

Q 조각상을 완성하지 못했나 봐요.
A 그럴 이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석상은 원래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드넓은 묘소에 놓일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처음 이 작품을 의뢰한 사람들이 여러 번 계획을 수정하면서 맨 처음 구상했던 것과는 딴판인 작품이 되고 말았지요. 수많은 작품들이 그렇듯 <잠에서 깬 노예>도 미완성으로 남았습니다. 이 석상을 부숴 버릴 수도 있었지만 그러기엔 너무 아까웠습니다. 그때쯤에는 이미 석상이 스스로 대리석에서 솟아나올 듯 생명을 지닌 것처럼 보였을 테고, 미켈란젤로도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기라도 하듯 그 모습 그대로 두기로 한 것이지요._80쪽

Q 왜 해골을 평범하게 그리지 않았나요?
A 이런 고전미술 양식을 '바니타스vanitas(허무, 덧없음을 뜻하는 라틴어)'라고 부릅니다. 실제 물건과 상징적인 물건 들을 함께 묘사한 정물화를 의미하지요. 홀바인은 지리 및 천문 관측 기구, 찬송가집, 해골, 대사의 손에 들린 단검, 칼집에 새겨진 대사의 나이(29세), 성 미셸 기사단원임을 증명하는 금목걸이 등을 통해 단순한 묘사를 넘어 시점에 따라 주제가 달라지는 그림을 완성했습니다. 그림을 정면에서 보면 부귀영화를 누리는 삶을 축하하는 듯하지만 특정 시점에서 보면 이 모두가 사라진 후에는 죽음이라는 담담한 진실만 남을 뿐이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죽음과 부귀영화는 공존할 수 없음을 나타내는 것이지요. _87~88쪽

Q 별들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어요.
A 이 별들은 헤라의 모유 방울이 공중으로 흩어지면서 만들어진 것이지요. 사람들은 은하수의 기원을 설명할 때 이 이야기를 들려주곤 합니다. 은하수는 육안으로 보면 그림 상단의 구름처럼 희끄무레 밝은 모양이지요. 고대 그리스 시대 사람들은 은하수가 헤라의 모유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구에 이 모유가 몇 방울 떨어져 백합꽃으로 변했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지지만 그림 하단이 잘려 나갔으니 이 이야기까지 확인하기는 어렵겠군요. 이런 상징들은 서양인들만 알아본답니다. 가령 중국인들은 은하수를 하늘의 강이라고 생각하지요._93쪽

Q 머리가 두 개인 조각상은 뭘 뜻하나요?
A 머리 하나는 미래를 향하고 있고 다른 하나는 과거를 향하고 있는 야누스 석상이랍니다. 둘 중 수염이 없고 젊은 머리는 '봄'과 같은 방향을 바라봅니다. 수염이 덥수룩하고 이목구비가 도드라진 머리는 원숙함과 연륜이 우세한 방향을 바라보지요. 이 석상은 세월의 흐름뿐 아니라 과거와 미래의 모순 관계도 상징합니다. 석상에 걸린 두 개의 화관은 이 극단적인 대립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미래, 젊음과 나이듦이 똑같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을 보여 주지요._99쪽

Q 침실에 빈자리가 별로 없어요.
A 화가는 세세한 실내 장식을 그려 넣어 실제 같은 방을 묘사하는 대신 이야기에 꼭 필요한 요소들만으로 연극의 한 장면을 포착한 듯한 그림을 완성합니다. 3차원적 깊이감을 거의 느낄 수 없는 공간에 배우들을 배치해 숨막힐 듯한 분위기를 강조하고 있어 침실이 흡사 무덤처럼 보이는군요. 따라서 관람자도 숨통이 트일 수 있도록 벽을 밀어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됩니다._104쪽

Q 나폴레옹은 이 포즈를 오랫동안 취하고 있었나요?
A 그러기엔 너무 바빴답니다. 아주 드물게 모델로 서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아주 잠깐 동안에 불과했지요. 사실 포즈를 취할 필요조차 없었습니다. 나폴레옹은 이 그림을 의뢰한 적이 없었으니까요. 이 그림은 스코틀랜드 수집상이자 나폴레옹의 열렬한 숭배자였던 더글라스 경이 주문한 것입니다. 이 같은 초상화는 밑그림이나 단숨에 그린 대략적인 스케치만으로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스케치 에 모델의 얼굴을 덧그리고 필수적인 세부 묘사(여기서는 철관훈장과 레종 뒤뇌르 휘장)를 덧붙이는 식이었기 때문이지요. 실내 장식도 연출한 것입니다. 궁정화가들은 평소에도 이렇게 작업했습니다. 그가 초상화를 승인받기 위해 나폴레옹에게 보여 주자 매우 만족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친애하는 다비드, 날 정확히 봤소. 짐은 밤에는 민족의 안녕을 위해, 낮에는 민족의 영광을 위해 일한다오._117~118쪽

Q 자세히 보이지 않아요.
A 우리도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그저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저 먼 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자세히 알 순 없겠지요. 망원경이 없으니 눈이라도 가늘게 뜨고 가늠해 보지만 색칠한 부분 말고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터너도 테메레르호를 자세히 묘사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러기엔 이미 늦었으니까요. 그가 연출하는 장면은 기념식이 아니라 작별 인사입니다. 눈물을 참으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차 올라 앞이 잘 안 보이지요. 나중엔 눈에 보이던 것마저 기억과 뒤섞이면서 과거와 현재가 겹쳐집니다. 노인의 모습에서 문득 젊은 시절이 스칠 때가 있듯 터너도 이날 그런 경험을 한 건지도 모르겠군요. 실제론 하나만 남은 돛대를 세 개로 그려 넣었으니 말입니다._123쪽

Q 화가는 빈곤 문제를 비판하고 싶었던 건가요?
A 그렇진 않습니다. 당대 현실과 밀착된 주제를 골랐음에도 오히려 신비롭게 느껴질 만큼 빈곤을 이상화하고 있지요. 이 그림이 인기를 끈 것도 일부는 이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양심에 가책을 느끼게 하거나 거북한 기분을 들게 하지 않고도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빅토리아 시대 작가인 찰스 디킨스나 조지 엘리엇의 소설처럼 영국 사회의 온갖 병폐를 적나라하게 그리며 빈민의 고통을 비판한 작품들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밀레이가 자매에게 연민을 느낀 건 분명하지만 이 작품에 드러난 그의 관점은 감정보다는 미학에 가깝지요. 예술은 가난을 얼마든지 초월할 수 있다는 듯 빈곤은 멀게만 느껴질 뿐입니다._131쪽

Q 멋진 그림이에요.
A 요즘이야 그런 평이 많지만 당시엔 이 그림을 마음에 들어한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1867년도 살롱전에서도 낙선하고 말았습니다. 유명인도, 극적인 사건도 없어 딱히 주제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혹평을 받았지요. 감정도, 이국적인 풍경도, 새로운 시도라 할 만한 것도 없는 데다 심지어 현실을 충실히 묘사한 그림도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 사람들은 집밖으로 나가면 누구나 마주치는 풍경을 묘사한 이 그림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더군다나 정원처럼 흔해 빠진 장소와 누군지 모를 인물들을 그리려고 그렇게 큰 판형을 골랐다는 데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요. 큰 판형은 역사, 종교, 신화처럼 '품격 있는' 주제만을 위한 특권이었기 때문입니다._135쪽

Q 드가는 왜 무용수들을 자주 그렸나요?
A 유명 무용수들을 주제로 한 그림들은 기존에도 있었으며, 특히 판화가 많았습니다. 이들은 신비로운 영물에 가까운 존재로 묘사됐지요. 이와 달리 드가는 이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즐겨 보며 동작의 메커니즘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당대 여성들은 발끝부터 턱까지 몸을 가려 주는 옷을 주로 입었기 때문에 코르셋과 크리놀린에 감춰진 몸을 상상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일반인의 몸동작은 예절이라는 규범의 제약을 받았지만 무용수들은 다양한 발동작을 해 보이거나 다리를 들어올리고 회전하는 등 일반 모델들은 하지 못하는 몸짓을 해낼 수 있어 드가에게는 무궁무진한 소재가 돼 주었지요. 그는 무용수들이 쉬는 자세에 나타난 특이점이나 아주 미세한 연습 동작까지 충실하게 묘사했습니다. 발레 공연 음악과 곱디고운 발레복에 대한 감수성이 남달랐던 드가에게 무용은 자신의 열망을 아낌없이 충족시켜 주는, 궁극의 미학이 펼쳐지는 세계였습니다. 하지만 목욕하는 여인이나 질주하는 경주마들 같은 여타 주제들에서 볼 수 있듯 움직임 자체도 그의 마음을 강하게 사로잡았지요_148~149쪽

Q 우산이 전부 똑같이 생겼어요.
A 19세기 후반에는 우산이 꽤 점잖은 물건이었습니다. 수수한 검은색이 위엄 있어 보이기도 했고 우산의 주인도 그만큼 위신 있는 사람이라는 신뢰감을 주었기 때문이지요. 루이 필리프 왕이 외출 시 꼭 지참하던 물건으로 알려진 후로는 안락하고 평온한 삶의 징표로 여겨졌습니다. 색색의 우산이 다양하게 나오는 요즘에도 남자들은 거의 예외 없이, 특히 출근할 때 검은색 우산을 씁니다._152쪽

Q 고흐는 왜 붓꽃을 그린 건가요?
A 심각한 신경 장애를 앓고 있어 몸이 편치 않았던 그는 이 그림을 그릴 당시에도 생 레미 드 프로방스에 있는 요양원에 일주일째 입원한 상태였지요. 이 붓꽃은 요양원의 정원 산책로를 따라 심겨 있었고, 그는 발작 증세가 가라앉을 때마다 그림을 그렸습니다. 꽃의 상징적인 의미를 꿰고 있었던 그에게 붓꽃은 고통을 의미했습니다._159쪽

Q 풍경이 분홍빛이에요.
A 분홍색은 당시 피카소가 가장 좋아한 색이었습니다. 그는 한동안 온 세상이 얼어붙은 듯 파란색만 사용하며 내면의 깊은 슬픔을 표현했지요. 마음을 추스리던 그는 몸을 유일한 생계 수단으로 삼은 외줄타기 곡예사와 곡예단을 발견하고, 살빛과 몸의 열기를 상징하는 분홍색으로 조금씩 캔버스를 채워 나갑니다._171쪽

Q 관중이 움츠린 모습처럼 보여요.
A 두 선수는 영웅이나 검투사를 닮은 데 반해 주위 사람들은 캐리커처에 가깝습니다. 벨로스는 관중을 최대한 거친 형체로 간단히 묘사해 이들에겐 이성도, 선수에 대한 존중심도 없다는 걸 보여 주고 있습니다. 두 선수는 자신의 몸뚱이로 끝까지 싸워야 하는 처지이지만 이를 지켜보는 구경꾼들은 이들의 고통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어쩌면 눈앞에서 한 사람이 죽어나가기를 바랄지도 모르지요._177쪽

Q 이 그림을 큐비즘 회화라고 하는데, 큐브는 어디 있나요?
A 이 그림에는 큐브가 없습니다. '큐비즘', 즉 '입체파'는 브라크와 피카소의 그림을 구성하는 기하학적 입방체를 보고 경악한 비평가들이 짖궂게 조롱하며 부른 데서 나온 말이지요. 입방체는 이들 그림에서 묘사되고 있는 사물과 사람의 바탕을 이루는 요소입니다._196쪽

Q 전쟁 현장을 왜 보이는 그대로 그리지 않았나요?
A 이런 그림을 그릴 때 정작 어려운 점은 전쟁을 비판하면서도 전투에서 싸운 용사들에 경의를 표하는 것입니다. 병사들을 그리지 않고서 어떻게 전쟁을 묘사할 수 있을까요? 전쟁터의 현실을 보여주면서도 이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바로 기하학적 모양들로 나타내는 것이었습니다._202쪽

Q 집이 조금 흐릿해요.
A 호퍼는 매끄러운 붓질로 윤곽을 다소 흐릿하게 처리해 주변 공간과 섞여드는 듯한 불확실한 인상을 풍기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집을 날카로운 윤곽선으로 나타내 행여 경직된 느낌을 주거나 거칠게 다루는 일이 없도록 연약한 노인 대하듯 조심하며 공손한 마음으로 묘사하고 있지요. 강한 대비색을 쓰거나 뚜렷하게 구분해 그리지 않고도 집의 형태가 분명히 드러나는 듯합니다. 호퍼는 건축 도안처럼 딱딱 떨어지는 정밀한 그림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부드러운 형태를 통해 건축의 논리가 아닌 이 집의 연약함과 호흡을 표현하고 싶었던 거지요._207쪽

Q 그래서 남자는 어디로 간 건가요?
A 그걸 밝히려면 마그리트가 이 문제를 속시원히 풀어 줄 후속작을 그려야겠지요. 하지만 그는 답을 알려줄 생각이 없습니다. 어차피 만족스럽지 못할 테니까요. 그는 해답이 없는 질문을 더 좋아했습니다. 남자가 이곳에 있다가 사라집니다. 캔버스 밖으로 아예 빠져 나갔으니 어디로 간 건지, 왜 가 버린 건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 그림에 드러나지 않는 것, 즉 남자가 어떻게 사라졌는지가 빠져 있다는 점이지요. 글의 생략 기법이나 마찬가지랄까요. 화가는 겉으로 드러난 것들은 말하지 않은 것, 또는 여기에서처럼 보여 주지 않는 것을 감추기 위해 존재할 뿐임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든 목격자는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주요 목격자인 이 그림의 관람자는 자신의 특권을 빼앗긴 셈이군요._214쪽

Q 얼굴 한쪽에 빛이 더 많이 비쳐요.
A 오른쪽 얼굴에 빛이 더 잘 들어 오른눈이 더 잘 보이는군요.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 이래로 사람들은 오른쪽을 더 중시했지요. 'sinister사악한'도 '왼쪽'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새떼가 비행하는 모습에서 신의 계시를 읽은 로마 시대 예언가들도 새가 오른편으로 날아다닐 때 상서로운 기운을 느꼈습니다. 대체로 예술가들도 사람의 오른쪽이 천상의 보호를 받는 데 반해 왼쪽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사고를 그대로 반영해 왔지요. 여기서는 묘하게도 얼굴이 살짝 오른쪽을 향하고 있어 빛이 '상서로운' 쪽에 들고 있군요. 하지만 이런 사실을 모르더라도 우리는 직관적으로 그림의 상징적인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지금껏 이런 식으로 그려진 초상화를 무수히 봐 왔기 때문이지요._219쪽

Q 진짜 있었던 일인가요?
A 그렇답니다. 1960년 미국 뉴올리언즈에서 이 사건이 일어날 당시 소녀 루비 브리지스는 여섯 살이었습니다. 인종분리 정책이 시행되던 시절에 흑인은 백인과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없었고, 버스, 술집, 영화관 등 모든 공공시설에 흑인 지정석이 따로 있었지요. 흑백 통합 교육법이 통과되면서 루비도 백인 학교에 입학하게 된 것입니다._224쪽

Q 이 작품은 왜 납으로 만든 건가요?
A 납의 무거운 이미지가 새와 썩 어울리진 않지만 작품의 의미를 전달하는 데는 없어서는 안 될 요소입니다. 키퍼는 이 책에 어마어마한 날개를 달아 줬지만 무게 때문에 자꾸 바닥으로 가라앉고 맙니다. 관람자 역시 이 새는 날 수도 없고 나는 일도 없으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요. 그래도 고집스레 날개를 펼치려 합니다. 한껏 날개를 펼치고 싶은 이 새는 비행의 우아함이나 자유가 아니라 중력을 거스름으로써 극복할 수 없는 장벽을 끝내 넘어서려는 욕망을 상징합니다._237쪽

Q 천장 한복판엔 왜 아무것도 안 그린 건가요?
A 파란색이 천장을 뒤덮고 있으니 엄밀히 말하면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건 아닙니다. 화가의 붓질은 천장 전면에 뚜렷한 흔적을 남기고 있습니다. 천장을 유유히 넘실거리며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는 파도처럼 보이는군요. 한가운데에 있는 이 말끔한 공간은 숨통을 틔워 줍니다. 트웜블리는 종래의 회화 기법을 거스르고 있습니다. 보통은 인물이나 집단을 한가운데에 놓고 그 밖의 부차적인 요소들을 주위에 배치해 주인공을 부각시키는 구도로 그리지만 그는 이러한 위계를 무너뜨리고 있지요. 형상을 가장자리로 밀어냄으로써 바깥 세상을 향하는 그림의 개방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_24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