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행본
  • 구간
우리아이 책 읽는 습관을 길러준 책뚜껑 편지
우리아이 책 읽는 습관을 길러준 책뚜껑 편지

저자: 박명기 l 출판사: 동양문고 l 판형: 신국판변형 l 발행일: 2006.12.09 l ISBN: 978-89-8300-517-5 l 페이지: 212  

 

정가: 8,500원

이 책은 억지스럽지 않다. 그동안 출간되었던 우리 아이 교육 이렇게 시켰다 류의 책처럼...
그래서 아주 사소할 수 있지만 그 사소함 속에 묻어있는 자연스런 책권하기와 함께 책읽기 그리고 그 기록들이 더 남다르다.


뭔가에 홀린 듯한 ‘나의 행복한 15일’

불량아빠가 넘쳐나는 요즘 어른들은 아이들의 거울이 되고 모범이 될 수 있을까. 아이를 위해 정성을 쏟고 시간을 나누며 더불어 커가는 그런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런 현실을 조금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그런 책이 나왔다. ‘우리 아이, 책 읽는 습관을 길러준 책뚜껑 편지’는 아빠와 딸이 같이 성장하고 교감을 나누는 과정이 배어 있는 책이다.
아빠는 매달 15일 아이를 위해 ‘책 사주는 날’ 정하고, 책을 사서 책뚜껑에 그날의 날씨나 생각, 바라는 것들을 적어서 선물한다. 아이는 그 책을 읽으며 다시 ‘책 사주는 날’을 기다린다.
어쩌다 한번이 아닌 매달 이런 과정을 이어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같은 책을 통한 부녀지간의 소통과 대화를 통해 아이와 아빠는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고, 생각하는 길을 같이 나누고, 또한 책 읽는 습관을 저절로 배운다.
그런 시간들이 쌓여 아이는 점점 책을 좋아하게 되었다. 이 책은 취학 이전부터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아빠가 쓴 책뚜껑 편지를 모은 책이다. 그리고 그 책에 대한 아빠의 설명이 깃들여져 있다.
‘책 사주는 날’인 15일이 되면 ‘무언가에 홀린 듯한’ 행복한 불안을 느꼈다는 아빠는 서문에서 “고려대 명예교수인 김정흠 교수님은 자식들이 책을 사달라고 하면 형편이 어려워도 언제나 기꺼이 책을 사주었다고 한다. 나중에 자식들이 교수가 되고 의사가 되었음에도 버릇이 되어 책은 아버지에게 사달라고 한단다. 나도 그런 아버지이고 싶었다 ‘고 말한다.
딸 세연이는 ‘15일, 우리 가족만의 비밀스런 행사 날’이 영원히 변하지 않기를 빈다.

책뚜껑 편지의 내용도 흥미롭다.
책뚜껑 편지는 또한 시골에서 자란 어린 시절과 나팔꽃이 커튼이 된 시흥집을 비교하는가 하면, 같이 진도로 여행했던 일, 몽실언니를 쓴 작가 권정생 선생님에 대한 생각, 해리포터를 쓴 조앤 롤링의 에피소드, 비둘기 기자가 된 아이에 대한 감회 등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갖는 작은 공동의 추억노트가 되어주기도 한다.
PC가 생활의 중심이 되면서 게임이나 커뮤니티 등 온라인문화에 익숙한 아이들이 디지털화해나가는 요즘 비록 아날로그형 대화지만 ‘책뚜껑편지’를 통한 아빠와 딸의 작은 대화가 바로 살아있는 교육이 아닐까 싶다.



<추천사>
이 땅의 불량 아빠들을 위하여 ...

예나 지금이나 아비 노릇이 어렵지 않았던 적이 있었을까만, 유독 근래에 우리 사회에서는 위기의 아버지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바깥일에만 몰두하다 가정에서 소외된 슬프고 외로운 아버지들 이야기 말이다. 이런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대한민국에서 좋은 아빠 되기는 참으로 어렵다고 푸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당신은 좋은 아빠인가, 라는 질문에 스스로 그렇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아빠들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많은 이들은 얼굴을 붉히거나 고개를 갸웃거리거나 헛기침을 하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게 된 사회역사적 원인은 다각적으로 제시될 수 있고, 소외된 아버지들도 여러 가지 항변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대 흐름은 이들 아버지 편이 아닌 것 같다. 요는 아버지가 변해야 하고, 그래야 가족, 특히 자식들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대개 그렇듯이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도 역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소통이다. 소통의 매개나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 책에서 보여 주는 소통 방식은 하나의 슬기로운 본보기가 아닐까 싶다.
두 아이의 아빠인 그는 한 달에 한 번, 스스로 책을 골라 아이들에게 선물하는데, 그저 책을 달랑 던져 주고 마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책에 몇 자 적어서 준다. 그러면 아이는 그 책과 함께 책에 적힌 아빠의 메모를 읽고, 독후감이나 일기 따위에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물론 책을 두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자연스레 아빠와 아이의 대화를 이끌어내고,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며, 나아가 서로에 대한 유대감을 강화한다. 책을 매개로 아이와 소통하는 이 방식, 멋지지 않은가!
그가 소통의 매개로 책을 선택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먼저 그 자신이 책을 좋아하니, 아이들도 책을 가까이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일찍이 책을 가까이 하며 지식과 교양과 상상력과 정서를 풍요롭게 하기를, 또한 일상생활에서 아빠가 미처 말해주지 못한 삶의 지혜를 책에서 엿보기를 바랐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책을 통해 아빠와 아이의 특별한 만남을 의도했으리라.
그의 의도가 매우 성공적이었다는 것은 이 책이 증명한다. 이 책에는 박명기가 아이들과 더불어 살아온 삶의 편린들이 산재해 있다. 그것들은 그가 아이들과 윤기 있는 관계를 맺으려 애쓴 흔적이며, 나름대로 반듯한 아비의 길을 가고자 했던 대한민국 한 남자의 숨결이다. 이 책을 읽고, 나는 그가 스스로 불량아빠라 하는 것은 어쩌면 반쯤은 너스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이에게 책을 사주지 않는 부모는 없겠지만, 매달 하루를 책의 날로 정해 온 가족이 즐기는 특별한 이벤트로 만드는 가정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것처럼 책의 날 행사를 꾸준히 실천한다면 최소한 아이와의 소통 단절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 불량아빠라고 자책하는 많은 아빠들에게 권하고 싶다. 책으로 아이들과 교감해 보라고. 작은 실천이 큰 보람으로 열매 맺히는 즐거움을 맛보라고.


책읽기를 좋아하고 책 선물하기를 좋아하는 박명기가 써낸 이 책은 많은 불량아빠들에게 주는 그의 선물이다. 그가 했던 것처럼 아이들에게 책을 선물하며 그것을 매개로 아이들과 소통하는 더 많은 아빠들이 나타나길 기대한다.

정하섭 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