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소개

제목 [메트로신문] [주말은 책과 함께] 인스타 브레인
글쓴이 운영자 작성일 2021.06.09 조회수 24168
[메트로신문] 안데르스 한센 지음/김아영 옮김/동양북스


지난주 금요일 저녁에 가족들과 식사를 하는데 어머니가 국을 한 수저 뜨더니 맛이 영 시원찮았는지 식탁에 밥숟갈을 탁 내려놓고는 동생을 쳐다보며 말했다. "저기 가서 그거 가져와" 그러자 옆에 있던 아버지가 "저기는 어디고, 그거는 뭐여?"라고 물었다. 그때는 다 같이 깔깔대고 웃었지만 어머니가 자꾸 이것저것 깜빡깜빡하는 것 같아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니었다.


하루는 이런 일도 있었다. "어머, 나 요새 치매인 가봐… 오이지를 했는데 까먹고 있었네"라며 다 쉬어 빠진 오이소박이를 밥상에 꺼내 놓았다. 반찬을 만들고 잊어버린 것도 문제인데 오이소박이를 오이지라고 부르고도 뭐가 잘못된 것인지 전혀 알아채지 못해 걱정이 근심이 되어가고 있었다. "같이 병원 가봐야 하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때쯤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해 준 사건이 하나 벌어졌다.


그끄저께 친구와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던 중이었다. 친구는 이날 대화를 시작하자마자 자신이 다래끼에 걸렸다고 알려줘 놓고는 5분도 채 안 돼 그 사실을 깜빡했는지 "나 오늘 다래끼 나서 눈탱이 밤탱이됐잖어"라고 또 말했다. 대화창은 'ㅋㅋㅋㅋ'로 도배됐다.


이 친구는 요즘 말하거나 글을 쓸 때 명사와 동사가 잘 생각이 안 나는 게 걱정돼 다른 동료에게 고민을 털어놨더니 그 역시 대화할 때 다음에 할 말이 팍팍 떠오르지 않아 경도 치매에 걸린 줄 알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돌이켜보니 필자도 다른 일을 하다가도 수시로 스마트폰을 손에 쥐곤 했는데 핸드폰으로 하려던 일이 생각이 안 나 포털에 접속해 '뭐 하려고'까지 쳤는데 뒤에 '했지'가 자동으로 붙어 '뭐 하려고 했지'를 강제로(?) 검색하게 된 적이 있었다. 지식인 세번째 답변이 가장 웃겼는데 다음과 같다. '내가 방금 뭐하려고 했지???'라는 질문에 한 누리꾼이 "일단 휴대폰을 내려놓고 생각해보시는 게 어떤가요. 엉덩이 긁으시려고 했습니다. 마저 긁으시면 됩니다"라는 답변을 달아놨다. 사람들 참 재밌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우리가 왜 이렇게 건망증 걸린 사람처럼 구는지 그 이유를 알아보도록 하자. 스웨덴의 저명한 정신과 전문의인 안데르스 한센이 쓴 '인스타 브레인'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멀티태스킹에 최적화되지 않아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면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지게 된다. 우리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바꿔 주머니에 넣어두면 문제가 해결될까? 스마트폰 화면을 보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우리 뇌가 디지털 기기의 매력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기 위해 정신적 에너지를 쓰게 돼 집중력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고 책은 이야기한다. 하루에도 수백번씩 도파민을 분비하게 하는 이 요물에 인간이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것이다. 금붕어만큼의 기억력을 갖게 된 인간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296쪽.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