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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우리
돼지우리

저자: 수산나 알라코스키 지음, 조혜정 옮김 l 출판사: 상상공방 l 판형: 130 x 190 l 발행일: 2008.09.30 l ISBN: 978-89-8300-620-2 l 페이지: 392  

 

정가: 11,000원

스웨덴 최고의 문학상 어거스트 상 2006년 수상작
어두운 삶의 리얼리티와 위트가 공존하는 작품
이 작품은 스웨덴 최고의 문학상 어거스트 상의 2006년 수상작이다. 발간 일주일 만에 초판이 모두 소진되는 기염을 토하며, ‘더없이 성공적인 데뷔작’, ‘서민들의 삶을 생생하게 묘사한 작품’, ‘날카로운 현실 고발과 더불어 따뜻한 유머, 위트가 공존하는 작품’이라는 열렬한 찬사를 받았다. 작가가 어린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성장 소설로, 주인공 레나를 비롯한 모든 등장인물, 상황, 이야기 전개가 생생하고 역동적인 작품이다.
조국 핀란드의 가난과 혼란을 등지고 새 삶을 찾아 스웨덴으로 이주해 온 레나네 가족. 부모님은 생존을 위해 온갖 잔업과 특근을 마다하지 않지만 형편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급기야 부모님은 현실을 회피하려 술을 마시기 시작하고, 그들이 흥청망청 취해 있는 동안 아이들은 집을 잃고 거리를 배회한다. 부모님의 금주와 음주, 되풀이되는 희망과 좌절의 고리 위에서 조금씩 성장해 가는 레나. 한마디로 이 소설은, 보다 나은 삶에 안착하려는 한 가족의 파란만장한 인생 항해기이자 가난한 이웃들의 힘겹고도 찬란한 삶의 기록이다.

‘돼지우리’에서 피어난 한 송이 민들레 같은 소녀, 레나 이야기
스웨덴에서도 여전히 돈에 쪼들리던 레나네 가족에게 새 집이 생겼으니, 이름 하여 프리드햄 아파트. 찬물 더운물 펑펑 나오고 집 안에 화장실이 있는 프리드햄은, 레나네 가족에겐 이름 그대로 ‘평온한 보금자리’ 같았다. 하지만 그 멋진 프리드햄을 다른 스웨덴 사람들은 ‘돼지우리’라고 부른다는 얘기를 듣고 레나는 큰 충격에 휩싸인다. 프리드햄 이웃들은 가난하고, 대개가 공장 노동자이며, 알코올 중독자다. 공장 매니저와 주말마다 애정행각을 벌이는 옆집 아줌마, 그들의 잠자리 광경을 훔쳐보는 옆집 친구, 술만 취하면 엘비스 프레슬리 노래를 부르는 윗집 아저씨, 어릴 적 엄마에게 학대당한 상처를 지닌 이웃집 오빠 등 그야말로 상처투성이 이웃들. 레나네 형편도 다를 것은 없다. 나중엔 아빠가 알코올 중독자 수용소에 들어가고 엄마가 자살 시도를 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치닫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나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밟히고 밟혀도 다시 고개를 들고 피어나는 한 송이 민들레처럼, 마치 ‘절망’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아이처럼, 끊임없이 스스로를 다잡고 꿈을 잃지 않으려 애쓴다. 이 아름다우면서도 절망적이고 울음과 웃음을 동시에 머금고 있는 작품은, 부모의 무관심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의 서글픔, 가난이 대물림되는 현실, 60~70년대 스웨덴 빈민층과 전후 시대 어려웠던 우리나라 부모 세대의 생활상까지 두루 돌아보게 하는 깊이 있고 폭넓은 성장소설이다.

데뷔작으로 스웨덴 최고의 문학상 어거스트 상을 수상하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신예 작가 수산나 알라코스키
수산나 알라코스키는 데뷔작으로 단숨에 어거스트 상을 수상하며 스웨덴에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정치 망명객을 돕는 정착 지도관, 규드룬 쉬만이라는 좌익당 대표의 홍보비서 등으로 활동한 다채로운 경력의 소유자. 여성과 소외 계층의 권익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뜨거운 심장을 지닌 사회 운동가. 수산나 알라코스키가 지나온 삶의 궤적이 보여 주는 특정 사회 계층에 대한 관심, 문제의식은 데뷔작이자 자전적 성장소설인 이 작품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주인공 레나는 부모님의 불화, 알코올 중독, 무관심으로 점철된 암울한 성장기를 보낸다. 오늘은 어디서 밤을 보내고 끼니를 해결할지 막막한 그 기분. 과거의 어느 시절 그와 똑같은 막막함을 체험했을 수산나 알라코스키는, 이제 ‘힘없는 여성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작가’로 불린다. 이 작품이 어려운 시기를 지나오고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희망을, 이미 그 시기를 통과한 어른들에게는 애틋한 향수를 선사할 것이다.



< 추천평 >

가난에 대한 이토록 슬프고도 유머러스한 통찰! 불평등한 지위와 술이 판치는 어른 세계로 나아가는 아이들의 여정을 생생하게 그려 낸 작품.
_2006 어거스트 상 선정 동기

한 핀란드인 가족이 스웨덴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고달픈 인생 여정을 가슴 저미게 묘사. 최근 몇 년 동안 읽은 소설 중 단연 최고!
_스웨덴 「스벤스까 더그 블러뎃」지

풍부한 리얼리티, 진이 빠질 듯한 매력, 충격적 임팩트를 지닌 작품.
_「스웨덴 북 리뷰」

신랄한 리얼리즘과 아이의 시각을 통해 펼쳐 낸 뛰어난 묘사력.
_스웨덴 「아프톤블러뎃」지



< 내용 발췌 >

우리 집이나 다른 집이나 집이라는 점에서는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나무 위의 오두막은 그저 나무 위의 오두막일 뿐이고, 아이들은 계집애들이나 사내애들이나 그저 아이들일 뿐이었다. 까치발로 서면 저 멀리까지 내다볼 수 있었다. 나는 한 번도, 삶이 순식간에 황폐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_34쪽


"레나야. 너희 아빠는 주기적 알코올 중독자야."
"그게 무슨 뜻인데?"
"몇 주 내내 술을 마시는 사람을 뜻해."
"혹시 소 돼지를 잡는 백정이나 목공수랑 비슷한 거야?"
"아니. 그런 건 아니고 ……"
(…)
주기적 알코올 중독자.
나는 그 말을 음미해 봤다.
그렇게 나쁘진 않은 것 같은데.
최소한 살인자보다는 듣기에 훨씬 나았다. _254쪽


"갈보 같은 년. 창녀. 음탕한 계집. 간악한 할망구. 꼴도 보기 싫은 년. 마녀." 드디어 엄마에게 한계가 왔다.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엄마도 되받아치기 시작했다. 다이어트를 시도했고 술을 끊으려 했고 빵을 구우려, 책을 읽으려, 뜨개질을 하려고 애썼던 엄마. 도움을 받고 싶어했던 엄마. 엄마는 애쓰고 또 애썼다. 온갖 방법을 써서 살려고 기를 썼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_348쪽



< 지은이, 옮긴이 소개 >

수산나 알라코스키(Susanna Alakoski)
1962년 핀란드 바사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에 스웨덴으로 이민을 와서, 대부분의 성장기를 『돼지우리』의 배경 도시인 위스터드에서 보냈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정치 망명객 정착 지도관, 사회부 정책 비서관 등으로 활동했다. 『사회계급을 말하다』라는 책의 공동 저자로도 참여했다.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사회 전반에서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특히 여성과 소외 계층 문제에 관심이 크다.
몸이 아파서 잠시 쉬는 동안 쓴 이 데뷔작으로, 2006년 스웨덴 최고 문학상인 ‘어거스트 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발간 직후 스웨덴에서만 30만 부가 팔렸고 독일, 덴마크, 핀란드 등 유럽 각국에서 번역?출간되었다. 요즘은 스톡홀름 근교 베름데에서 남편과 세 아이들과 함께 살면서 『돼지우리』의 후속편을 집필 중이다. 세상에서 알코올 중독자를 가장 혐오하는 이 작가의 취미는 다름 아닌 춤이다.


조혜정
홍익대학교 불어불문과를 졸업하고, 현재 스톡홀름에서 남편과 함께 살고 있다.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며 세상을 들여다보고 여러 가지 삶과 문화 체험을 즐긴다. 얼마 전 스웨덴에서 낡은 집을 개조?증축한 경험을 담은 글을 12회에 걸쳐 「여성신문」에 연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