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행본
  • 인문
긴 인생을 위한 짧은 일어 책 - 이것은 외국어 공부로 삶을 바꿀 당신을 위한 이야기
긴 인생을 위한 짧은 일어 책 - 이것은 외국어 공부로 삶을 바꿀 당신을 위한 이야기

저자: 김미소 l 출판사: 동양북스 l 판형: 118x188 l 발행일: 2024.03.30 l ISBN: 979-11-7210-008-7 l 페이지: 208  

 

정가: 16,800원






★전남대 백승주 교수, 이다혜 씨네21 기자 추천★

평생 가는 외국어 공부는 어떻게 가능한가?
그 공부는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
이 책은 ‘어른의 외국어 공부는 달라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작심삼일에 그치는 외국어 공부 사이클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이제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당신은 더 이상 ‘학생’이 아니며, 답이 정해져 있는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험’이 아닌 ‘언어’로서의 외국어는 절대 끝이 있는 과제일 수 없다. 외국어를 자기 계발의 수단이 아닌 나의 시야와 사고를 넓히는 가능성으로 접근해야 평생 가는 외국어 공부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말했다.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내 세계의 끝이 어디일지, 지금부터 내 세계를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을지 궁금하지 않은가?

응용언어학자 김미소의 길을 만드는 배움의 기록
“새로운 것은 틈새에서 태어난다”
첫 책 『언어가 삶이 될 때』로 깊은 인상을 남긴 김미소 응용언어학자는 신작에서, 일터인 일본 대학에서는 비원어민 교수로 영어를 가르치고, 강의실 밖에서는 초보 학습자로 일본어를 배우는 이중 생활을 들려준다. 음독과 훈독조차 몰랐던 그는 하루아침에 떨어진 일본에서 어떻게 생존 회화를 떼고, 문맹에서 탈출해, 세 언어(일본어, 영어, 한국어)를 가로지르며 생활할 수 있게 된 걸까. 언어와 문화의 관계를 ‘덕질’하는 연구자의 시선으로, 일본어에 녹아든 일본 문화와 사회의 면면까지 흥미롭게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 소개 

김미소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응용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애니메이션으로 배운 일본어만 믿고 도쿄 다마가와대학 ‘공통어로서의 영어 센터’에 부임했다. 현지에 떨어져 보니 초밥 한 팩조차 제대로 살 수 없는 현실에 충격을 받고 생존을 위해 일본어를 익히기 시작했다. 강의실 안에서는 일본 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교수자지만 강의실을 나서면 초보 일본어 학습자로 변하는 낙차와, 애니메이션 일본어와 현지 일본어 사이의 격차를 온몸으로 느끼며 언어와 문화의 관계를 ‘덕질’했다. 한국어, 일본어, 영어 세 언어의 조각을 맞추어가며 내가 할 수 있는 말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동안, 언어 공부는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라는 걸 깨달았다. 여러 언어와 문화의 틈새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즐거움을 많은 이들이 누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지은 책으로 『언어가 삶이 될 때』 『지금 시작하는 평등한 교실(공저)』 『벨 훅스 같이 읽기(공저)』가 있다.




 출판사 리뷰 

당신의 외국어는 지금 어디쯤 있나요?
언어의 한계와 세계의 경계를 허무는 외국어 수업

책은 갓 박사학위를 취득한 응용언어학자가 일본 대학의 교수로 채용되어 국경을 넘는 사건으로 시작된다. 한국인이, 일본 대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친다는 전개만으로 고개가 갸웃하지만, 진짜 혼란은 다른 곳에 있었다. 어린 시절 애니메이션으로 익힌 ‘야매’ 일본어만 믿고 도착한 현지의 언어는, 애니메이션 속 일본어와 너무나 달랐던 것. 강의실을 벗어나면 교수에서, 원하는 음식조차 제대로 살 수 없는 일본어 초보자로 변하는 낙차에 좌절하는 것도 잠시. 저자는 낯선 나라에서 독립된 존재로 살아가기 위해서, 그리고 일본 학생들에게 영어를 잘 가르치기 위해서 일본어를 배우기로 결심한다.

『긴 인생을 위한 짧은 일어 책: 이것은 외국어 공부로 삶을 바꿀 당신의 이야기』는 저자가 수행하는 세 개의 역할(학습자, 교수자, 연구자)과 매개가 되는 세 개의 언어(일본어, 영어, 한국어)를 축으로 자유롭게 뻗어나간다. 사용 언어에 따라 자신의 위치가 끊임없이 변하기에, 저자의 일본어 학습기는 다양한 입장과 사회의 맥락을 파악해 가는 이해의 과정으로 그려진다. 백승주 교수가 추천사에서 “외국어 정복의 서사가 허구임을,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결국 온몸으로 삶을 통과하는 과정임을” 보여주는 책이라 밝힌 이유다. 경계를 넘는다는 건 비단 물리적 이동으로만 정의되지 않는다. 외국어를 도구로 나를 새롭게 발견하고 나아가 낯선 타인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한 뼘씩 넓히는 행위는, 곧 내가 속한 세계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기도 하다.

언어와 문화의 관계를 연구해 온 저자의 시선은, 책에 또 다른 재미를 더한다. 잘 알려져 있듯 일본은 타인에게 민폐 끼치는 걸 극도로 조심하는 사회다.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는 문화는 언어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대표적인 표현인 ‘~て もらう(테 모라우)’는 직역하면 ‘~해 받다’를 뜻한다. 쉽게 말해 “물 좀 주세요”란 한국어 문장이 일본어 필터를 거치면 “물 좀 받고 싶습니다”가 되는 격이다. 뜻은 같지만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체감하는 ‘곧’과 ‘まもなく(마모나쿠)’의 시간차는 얼마나 큰지, 일본어의 可愛い(카와이), 영어의 cute, 한국어의 귀여운은 왜 같지 않은지 풀어내는 대목들은, “언어를 배우는 건 단순히 언어 지식을 수집하는 과정으로 축약될 수 없다”는 저자의 주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교재 밖의 살아 있는 언어로서의 외국어를 만나고 싶은 분, 정체된 외국어 공부의 동기를 되살리고 싶은 분, 나를 표현하는 언어 도구를 늘리고 싶은 분들께 특별히 추천한다.




 발췌문 

저는 응용언어학 전공자지만, 일본어를 체계적으로 배우거나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날 것의 언어 학습 이야기를 담아내게 되었습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듯, 응용언어학 박사도 새 언어 배우라고 새 나라에 휙 갖다 던지면 이렇게 깨지고 구르면서 우는소리를 합니다. 일본에 온 지 4년 차인 지금도 매일이 좌충우돌이고요. 하지만 이렇게 깨지고 구르면서, 지금까지 제 무지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희뿌옇던 제 일본어 세계가 점점 더 깨끗해지고 맑아졌어요. 더 먼 곳, 더 깊숙한 곳까지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고요. 언어와 문화의 관계를 ‘덕질’하는 사람으로서, 외국어 세계가 점점 커지고 뚜렷해지는 감각이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pp. 8~9)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했을 때 지도교수님께서 했던 이야기가 있다. 언어를 더하기로 생각하지 말고 곱하기로 생각해 보라고. 한국어+영어+일본어, 이렇게 3개 국어가 되는 게 아니라, 한국어×영어×일본어라고. 각 언어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서로 곱해지면서 확장되는 거라고. (p. 70)

다언어자가 된다는 건 언어의 수를 계속 더해가는 게 아니라, 의미의 도구를 하나하나 곱해가는 거였다. 어떤 상황에 누구와 남겨지든 가장 나다운 방식으로 나의 말을 건넬 수 있도록. (p. 75)

일본어로 감정을 듣고 말하는 건, 감정을 마음속에서 빚어내, 일본어의 색채를 입혀서, 일본어의 음량으로 전달하는 과정이었다. 한국어는 진하고 선명한 아크릴 물감으로 칠하는 아크릴화, 일본어는 옅고 투명한 수채화 물감으로 그려가는 수채화 같았다. 한국어는 가사와 음정 하나하나가 귀에 날아와 꽂히는 걸그룹 여름 노래 같다면, 일본어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고 가사도 없는 재즈 같달까. 내 속에 있는 감정은 하나인데, 어떤 언어를 골라서 표현해 내는지에 따라 색채와 톤이 달라졌다. (pp. 109~110)

우리는 영영 표류하는 선택을 한 결과로, 우리를 얽어매는 속박에서도 해방될 수 있었다. (pp. 135~136)

언어 하나하나를 잘하는 사람은 너무나 많으니, 여기 붙였다가 저기도 한번 붙였다가 이것저것을 한번 다 섞어보는 등, 언어 사이에 서서 이 언어 저 언어를 가로지르며 넘나드는 게 즐겁습니다. 이 모든 언어와 문화 카드를 ‘촤라랏’ 하고 펼쳐놓고, 마음대로 골랐다가 내려놨다가 섞었다가 하는 게, 언어 학습의 재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p. 207)




 추천사 

많은 이들은 외국어를 ‘정복’해야 하는 대상으로 여긴다. 많은 외국어 학습담이 승리의 서사로 그려지는 이유다. 이런 승리 서사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몸에 새겨진 언어를 얼마나 깨끗하게 지웠는지, 그래서 얼마나 더 ‘원어민’에 가까워졌는지를 강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응용언어학자 김미소의 일본어 습득기는 이런 외국어 정복의 서사가 허구임을,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결국 온몸으로 삶을 통과하는 과정임을, 그것도 자신의 몸 안에 켜켜이 쌓인 언어들과 함께해야 하는 일임을 담담한 듯 유쾌하게 보여준다. 언어를 배운다는 일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싶은 이들, 언어를 배우는 일의 난감한 기쁨을 함께 느끼고 싶은 이들, 그리고 온몸으로 새로운 언어를 삶 속에 새기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_ 백승주 전남대 교수, 『미끄러지는 말들』 저자

덕질로 일본어를 배웠다. 그런데 그 사람 직업이 대학교수라면? 언어 연구를 업으로 삼은 저자가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갑자기 일본에 취업하게 되면서 생긴 여러 일을 따라가다 보면, 언어의 개념은 결국 사전 너머에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친다. 어린 시절의 덕질 덕에 시도 때도 없이 벅차오르는 언어를 구사했던 에피소드와 데이팅 앱 사용기만큼이나, 일본어와 일본인의 정서적 특징을 정확히 짚어내는 대목들에 눈길이 간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낯선 눈으로 바라보는 시각까지 더해주는 책이다.
_ 이다혜 「씨네21」 기자,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