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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면기사 (피로 얼룩진)
삼면기사 (피로 얼룩진)

저자: 가쿠타 미쓰요 / 민경욱 옮김 l 출판사: 동양문고.상상공방 l 판형: 130x180 l 발행일: 2008.09.08 l ISBN: 978-89-8300-613-4 l 페이지: 304  

 

정가: 10,500원

 

일본 사회면 기사 실화 바탕,
나오키상 수상작가 가쿠타 미쓰요의 참혹하고도 슬픈 범죄 이야기

인간의 파괴적 슬픔과 고독을 정확하고 절제된 문장으로 묘파하는 일본의 대표적 여성작가 가쿠타 미쓰요. 나오키 상과 가와바타 야스나리 상 등을 두루 수상하며 대중성과 문학성을 한꺼번에 인정받은 그가, 이번에는 신문 사회면에 실제로 보도된 6개의 사건 기사를 모티브로 한 소설집 『삼면기사, 피로 얼룩진』(원제: 三面記事小說)으로 한국의 독자들과 만난다.
‘삼면기사’는 일면에 실리기엔 보도 가치가 부족해 짧게 처리된 사회면 단신 기사를 일컫는다. 그래서 그냥 비껴가거나 잊혀지기 쉬운 기사들이다. 하지만 대서특필된 기사보다 이런 시시한 단신들이, 한 발만 더 내딛었다면 범죄로 치달았을지도 모를 우리 자신의 잠복된 욕망과 집착, 고독을 드러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살인, 살인청부 및 사기, 강간, 살인유도, 유기죄 등에 해당되는 범죄의 내막을 파헤친 이 단편들은, 그러나 범죄를 소재로 한 일반적인 미스터리 물과는 다르다. 범죄의 모의 및 실행 과정의 진실을 추적하거나, 범죄자를 밝혀가는 퍼즐 구조로 전개되지 않으며, 결정적으로 사건을 추적하는 제3자가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독한 사랑, 지독한 집착, 그보다 더 지독한 고독이 만들어낸
일상 속의 참극을 그린 6편의 소설

이 여섯 개의 이야기는 두 가지 공통된 형식으로 전개된다. 첫째, 서두에 이야기의 모티브가 된 실제 신문 기사를 그대로 발췌 혹은 전재하여, 사건의 육하원칙에 따른 진실은 미리 밝혀놓고 시작한다는 점. 둘째, 사건의 피해자가 아닌 피의자 혹은 피의자와 관계된 사람의 눈으로 전개된다는 점이다. 물론 실제 사건을 소재로 했으되, 이야기는 철저히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픽션이다.
그 피의자들은 한결같다. 자신이 그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변명하는 게 아니라, 그 일을 저지른 자기 열정의 알리바이를 토로한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범죄가 지독한 사랑, 지독한 집착, 그보다 더 지독한 고독이 빚어낸 참극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 내용 소개 및 발췌

사랑의 보금자리:
26년 전 살해된 한 여자의 시체 속에 숨은 비밀

되돌린 시간 어디에도 흠집은 발견되지 않았다. 바로 그 점에서 후사에는 공포를 느꼈다. 내게 웃어주면서 다른 여자를 사랑했다. 아기가 생기지 않는 우리들 자신을 위로하며 아기의 탄생을 기뻐했다. 나를 이 집에 가둬 두고 또 다른 세계를 만들었다. - 43쪽


밤 불꽃놀이:
연인의 아내 살해를 의뢰한 한 여자의 사연

나는 지금부터 경찰서로 간다. (…) 내가 그의 인생에 관여할 수 있는지 아닌지를 시험하기 위해서다. (…) 나는 그를 웃게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면 울게라도 하고 싶다. 울리지 못한다면 화나게라도 하고 싶다. 화나게도 못한다면 절망시키고 싶다. - 95쪽


저 너머의 성:
16세 고교생 소년을 자신의 집에 감금한 한 이혼녀의 이야기

아이코는 손가락 끝으로 성기가 끝까지 들어간 것을 확인하고 하야토에게 매달려 허리를 움직인다. (…) 그래, 우리 아기, 착하지. (…) 엄마 옆에서 떨어지지 마렴. 마침내 아이코는 자신이 몇 살인지 알 수 없게 된다. 이 부드러운 피부를 지닌 남자 애와 떨어지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124~125쪽


영원의 화원:
담임 급식에 약물을 섞은 두 여학생의 이야기

아버지와 어머니, 반 친구들이 그 사건을 모두 잊는다 해도, (…) 하루 중 몇 분 눈만 감으면 틀림없이 그때로 돌아갈 것이다. (…) 그리고 앞으로는 그렇게 누군가를 좋아하진 못할 것이다. 그 사람을 위해 진심으로 누군가가 죽어도 괜찮다고 생각할 만큼. 198~199쪽


빨간 필통:
괴한에 의해 집에서 살해된 여중생 죽음의 진실

무시당하고 싶다. 배척되고 싶다. 깔봤으면 좋겠다. 친구도 없고 애인도 없는 쓸모없는 녀석이라는 험담을 듣고 싶다. (…) 내가 너 같은 건 없는 게 낫다고 바라는 것과 똑같은 강도로. 241쪽


빛의 강:
치매 노모를 유기한 한 남자의 사연

어머니는 테루오의 모습 속에서 다른 누군가를 보고 있는 것이다. 기억보다 더 선명하고 더 강한 무언가를 보고 있는 게 틀림없다.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테루오보다 더 가까웠던 누군가의 모습을. 가고 싶다, 가고 싶다고 말하는 곳은 이 세상 밖에 있다. 297쪽




■ 저자 및 역자 소개

지은이 가쿠타 미쓰요(角田光代)
1967년 가나가와 현에서 태어나 와세다대학 제1문학부 문예부를 졸업했다. 1990년 『행복의 유희』로 가이엔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1996년 『조는 밤의 UFO』로 노마문예 신인상, 1998년 『나는 너의 오빠』로 쓰보타 조지 문학상, 2003년 『공중정원』으로 부인공론 문예상, 2005년 『대안의 그녀』로 132회 나오키 상, 2006년 『록 마마』로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에서도『대안의 그녀』,『공중정원』, 『인생 베스트 텐』,『내일은 멀리 갈 거야』,『프레젠트』,『죽이러 갑니다』,『더 드라마』,『그녀의 메뉴첩』,『전학생 모임』,『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가족 방랑기』, 『도쿄 게스트하우스』 등 다수의 작품이 출간되었다. 일본 현지에서 작품성과 대중성 모두 인정받고 있는 최고의 여성작가. 평범한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인간의 파괴적 슬픔과 고독을 정확하고 감성적인 문체로 묘파하며, 특히 여성 심리 묘사의 귀재로 불린다.

옮긴이 민경욱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1991년 고려대 역사교육과를 졸업한 후 일본어 번역 일을 시작했다. 1998년부터 일본 문화 포털사이트 '일본으로 가는 길(www.tojapan.co.kr)'을 운영해왔다. 옮긴 책으로 『거짓말의 거짓말』,『훌라 걸』,『첫사랑 온천』,『브루투스의 심장』, 『11문자 살인사건』, 『전학생 모임』, 『은행원 니시키 씨의 행방』,『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그늘의 계절』,『백마산장 살인사건』,『여자는 두 번 떠난다』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