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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EBS 10대 성장보고서 - '10代 뇌 연구' 제이 기드 美국립보건원 박사
등록일 2013.03.21 조회수 178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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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력·통제력 담당 뇌는 사춘기에 가장 왕성히 자랍니다
게임 그만해라, 책 좀 읽어라… 애들 싫어하는 것 강요 마세요 때되면 알아서 조절하니까"
10代들 뇌, 20년간 MRI로 분석
만 6세때 뇌 크기 93% 자라지만 크기 비례해 뇌가 성숙하진 않아…
판단 내리는 뇌의 전두엽 피질 10대때 최고조, 25세나 돼야 완성
돌발행동·이유없는 반항은…
사춘기 애들에겐 당연한 것 부모들 한발짝 물러서 지켜봐야
단, 살인·자살·약물중독 등서 안전하게 보호해 주는게 최선이죠
어릴 때 시키면 커서도 효과?
우즈가 세살때 골프 쳤다고 자기 애도 그렇게 될 수는 없어…
수학·과학 1위한 핀란드선 7세까지 읽기 가르치지 않아요
"게임 잘하면 다른 것도 잘한다"
하기싫은 바이올린 켜는 것과 좋아하는 컴퓨터 게임 몰두하는 것
어느 게 더 뇌에 좋을까요? 물론 폭력적인 게임은 문제지만…

인간의 뇌는 만 6세가 되면 성인 뇌 크기의 93%까지 자란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태교부터 시작해 유아기 교육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시 말해 사춘기에는 뇌가 성장을 거의 멈춘 셈이 된다. 그렇기에 10대가 되면 장래가 거의 결정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고, 사춘기 아이들의 돌발 행동이나 일탈 역시 뇌와는 무관한 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제이 기드(Giedd·53) 박사는 그러나 "뇌는 10대 때도 왕성하게 성장하며 25세까지 자란다"고 주장한 사람이다. 그는 자기공명영상(MRI) 장치가 보편화된 직후인 1991년부터 10대 이하 아이들의 뇌를 MRI로 촬영해 뇌가 성장하는 것을 밝혀냈으며, 특히 판단력과 결정력을 담당하는 뇌의 전두엽 부분은 10대 때 가장 활발하게 자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의 이같은 연구 결과는 EBS가 지난 2010년 방영한 다큐멘터리 '10대 성장 보고서'에 소개돼 국내에서도 큰 반향을 얻었다. 이 다큐멘터리가 '10대 성장 보고서(동양북스 刊·사진)'라는 책으로 최근 나왔다. 이 책의 핵심 주제 중 하나인 '10대의 뇌'에 대해 직접 묻기 위해 지난달 25일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에 있는 미국 국립보건원을 찾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임상실험 기관이기도 한 이 연구소에서 기드 박사는 지금까지 22년간 총 3500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9000번의 MRI 촬영을 했다. 이 아이들 가운데 절반은 정상 아동이고, 나머지 절반은 자폐나 정신분열 같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정상 아동의 절반은 쌍둥이였다.

10세 미만 아이들을 대상으로 뇌 MRI를 주기적으로 촬영해“뇌는 10대에도 왕성하게 자란다”는 사실을 밝혀낸 제이 기드 박사는 자신의 아이 넷도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 그의 큰딸 사샤(19) 이야기는 미국 과학저널에“내 뇌는 아빠 거예요”라는 제목의 기사로 실리기도 했다. 기드 박사는“MRI는 CT나 PET와는 달리 방사선을 쓰지 않기 때문에 100% 안전하다”고 말했다. / 베데스다(미국)=한현우 기자
10세 미만 아이들을 대상으로 뇌 MRI를 주기적으로 촬영해“뇌는 10대에도 왕성하게 자란다”는 사실을 밝혀낸 제이 기드 박사는 자신의 아이 넷도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 그의 큰딸 사샤(19) 이야기는 미국 과학저널에“내 뇌는 아빠 거예요”라는 제목의 기사로 실리기도 했다. 기드 박사는“MRI는 CT나 PET와는 달리 방사선을 쓰지 않기 때문에 100% 안전하다”고 말했다. / 베데스다(미국)=한현우 기자
―어떻게 아이들의 뇌를 MRI로 촬영하는 연구를 생각해 냈습니까.

"심리학 역사 전반에 걸쳐 우리는 뇌 안에 일종의 '블랙박스'가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사람에게 어떤 자극이 가해지면 뇌 속 블랙박스에 어떤 마법 같은 게 일어나서 반응이 나온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 블랙박스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알 수 없다고 추정했어요. 실제로 뇌는 놀랍도록 잘 보호돼 있어서 그 안을 들여다볼 수가 없었거든요. 가죽처럼 질긴 껍질로 감싸져 있고 뼈로 완전히 보호돼 있죠. 덕분에 과학도 뇌에 접근할 수가 없었어요. 심각한 부상을 당한 환자가 아니라면 과학자가 뇌를 볼 수 없었죠. MRI는 1943년에 개발돼 인체 내부를 볼 수 있었는데 80년대 후반이 돼서야 병원에서 널리 사용하게 됐죠. 이것으로 아이들의 뇌를 주기적으로 촬영하면 뇌의 움직임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실험이 시작됐습니다."


―기대했던 것만큼의 결과를 얻었습니까.

"이 실험에 브레인 이미징(brain imaging)이란 이름을 붙였는데, 실제 살아있고 성장하는 뇌를 들여다보자 무척 흥분됐습니다. 그러나 기대만큼 신나는 일은 아니었어요. 블랙박스 안을 봤더니 수천 개의 더 작은 블랙박스들이 가득했거든요. 여전히 MRI로 뉴런과 뉴런 간의 소통까지는 볼 수 없어요. 이것은 기계가 더 많은 발전을 이뤄야 할 것입니다. 다만 컴퓨터의 발전으로 MRI로 촬영한 정보들을 분석하는 능력은 거의 매달 진보가 있었어요."

―20년 넘은 브레인 이미징 결과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무엇입니까.

"뇌의 크기는 6세까지 무럭무럭 자라지만, 크기와 함께 뇌가 성숙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우리가 어린이에서 10대를 거쳐 20대 성인이 되면서 뇌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뇌가 점점 더 전문화된다는 사실, 즉 뇌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뇌의 성장은 물론 크기의 성장이기도 하지만, 뇌 자체의 내부에서 서로 연결되면서 성숙합니다. 이것은 마치 나무가 가지를 뻗어나가는 것과 비슷한데, 10대 때 이 가지가 가장 왕성하게 뻗어나갑니다. 뇌는 또 일종의 가지치기도 하는데, 어느 정도 성장을 한 뒤에는 불필요한 연결을 끊고 가지를 정리합니다. 이런 모든 활동을 뇌의 성장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뇌의 가장 바깥쪽에 있는 회백질은 학습기능과 사고력을 상징하는데, 이 회백질의 신경세포와 뉴런은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할수록 넝쿨처럼 가지를 뻗어 다른 신경세포와 정보를 주고받습니다. 그리고 이런 가지 뻗기가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가 사춘기입니다."

―뇌가 10대 때도 활발하게 성장한다는 점에서 부모나 교사는 어떤 점을 배워야 합니까.

"보통의 부모들은 뭐든지 일찍 시작하면 나중에 더 잘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 부모들은 네 살 때쯤부터 읽기를 가르친다고 알고 있습니다. 미국도 어린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라는 캠페인이 있어요. 그렇지만 제 연구에 따르면 이것은 틀린 생각입니다. 얼마나 일찍 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적절할 때에 하느냐가 관건입니다. 핀란드는 지난 2010년 28개국의 수학과 과학 성취도 조사에서 1위를 했습니다. 놀라운 건, 핀란드에서는 7세가 될 때까지 읽기를 가르치지 않는다는 거예요."

―일찍 글을 깨치는 것이 좋지 않다는 뜻인가요.

"하하하.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모든 아이들이 뭔가 일찍 배운다고 해서 그것을 잘할 수 있지는 않다는 거죠. 타이거 우즈가 세 살 때부터 골프를 쳤으니까 우리 아이도 세 살 때부터 골프를 가르치면 타이거 우즈처럼 될까요? 미국에서는 대수(代數)를 먼저 배우고 기하학을 배워요. 그런데 핀란드는 기하학을 먼저 배웁니다. 뇌 발달 측면에서 보면 기하를 먼저 배우는 게 맞아요. 공간 지각에 관여하는 뇌 부분이 먼저 발달하거든요."

―전통적인 독서 교육에도 의문을 제기했죠.

"독서는 좋은 것이지만 신성시할 것까지는 없다는 생각이에요. 인류는 600만년 역사 가운데 대부분 독서를 하지 않았어요. 독서는 물론 한 글자도 읽지 않았죠. 왜냐하면 문자가 불과 5000년 전에 발명됐거든요. 2차대전에 관한 책을 읽은 아이와 잘 만든 다큐멘터리를 본 아이 중 과연 누가 2차대전에 대해 잘 알 수 있을까요. 그리고 뭐든지 인터넷을 검색할 수 있는 시대에 뇌는 어느 쪽으로 적응할까요. 이것은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문제입니다."

―뇌가 20대 중반까지 성장한다면, 뱃속의 아이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좋은 책을 읽어주는 것 역시 큰 의미가 없습니까.

"매우 중요한 질문인데, 태아일 때를 비롯한 생애 초기에 경험하는 어떤 것들이 그 인생의 나중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아직 답을 모르는 상태입니다. 막연하게 '태교에는 클래식 음악이 좋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부모의 마음을 안정시킬 수는 있지만 실제 태아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어요. 어렸을 때 하루에 4시간씩 바이올린을 켜는 것과 4시간씩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나은가? 당연히 전자라고 생각하겠지만, 역시 과학적으로는 답을 모릅니다."

―좀 혼란스러운데, 그러면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합니까.

"저는 우리 아이들에게 뭘 하라, 하지 말라고 하지 않습니다. 컴퓨터 게임들은 정말 재미있어요. 그렇게 재미있는 것을 하는 게 뇌에 더 도움을 줄 수도 있죠. 그리고 게임을 잘하는 사람들은 다른 것도 잘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게임을 아주 잘하기란 무척 어렵거든요. 시간 낭비인 줄로만 알았는데, 예상과 달랐던 거죠. 물론 종일 게임을 하느라 공부를 안 한다든가, 내용이 폭력적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어요. 그렇지만 예를 들어 컴퓨터 게임과 바이올린 중에 어느 쪽이 뇌에 더 이로운가에 대한 답은 명확하지 않아요."

―최근 미국 코네티컷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을 두고 많은 언론이 폭력적인 게임을 비난했습니다만.

"저는 늘 이런 질문을 받지만 사실 제 연구와는 무관해요. 그러나 이런 수치를 제시할 수는 있어요. 아이들이 게임에 쓰는 시간이 2000년에 비해 4배가 됐습니다. 폭력성도 상상을 초월하죠. 그러나 지난 47년간 추적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 10대들의 폭력은 현재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10대 낙태율도 최저이고요. 10대들이 어느 때보다 섹스와 폭력을 담은 게임을 많이 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실세계의 범죄와 성병, 청소년 임신은 역사적으로 최저 수준이에요. 몹시 어리둥절한 결과죠. 인간은 게임 없이도 엄청나게 폭력적입니다. 전쟁을 생각해 보세요. 게임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지는 않죠. 사실 세계의 많은 충돌은 무지와 편견 때문이에요. 상대방이 친구인지 적인지 모르기 때문이죠. 이제 세계 10대들은 같은 유튜브 영상을 봅니다. 고양이가 피아노를 치는 영상을 전 세계에서 함께 보죠. 상대방이 뭘 좋아하는지 알게 된 겁니다. 다만 이런 점은 고려해야 합니다. 폭력적인 것을 보면 뇌의 편도체가 매우 활성화돼요. 폭력적인 것을 많이 보면 폭력에 대해 감각이 무뎌지는 거죠."

―10대들이 돌발행동을 하거나 이유 없이 반항을 하는 것이 뇌와 연관 있습니까.

"연구가 어려운 부분입니다. 10대 때는 하루 23시간 30분 동안 정상이다가 나머지 30분에 폭발적으로 돌발행동을 하거든요. 그러므로 10대 뇌 성장이 중요합니다. 4세부터 25세까지 뇌의 변화를 보면 점점 성숙해지는 걸 알 수 있는데, 충동을 제어하고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게 해주는 기능이 10대 때를 거치며 크게 자랍니다. 사춘기 때는 성욕이 강해지고 공격적이 돼요. 이런 통제력을 얻으려면 25세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그런 조직이 형성되지 않아서 10대들은 매우 불안정하죠. 헤어스타일 하나만 봐도 이렇게 했다가 또 바꾸고 싶어하고…. 자신들의 개성을 다른 방식으로 정의하려고 하죠. 이럴 때는 부모가 일정 거리를 둘 필요가 있어요. 10대는 위험을 더 많이 감수하려 하고, 감각적인 자극을 찾고, 부모에게서 멀어져 또래에게 가까워지려고 해요. 부모로서는 힘들죠. 제발 그만두라고 하고 싶지만, 다 그 나름대로의 작용이 있어요. 왜 반항을 하고 말대꾸를 할까. 부모에게서 멀어져야 하기 때문이에요. 모든 동물 가운데 인간이 가장 오랫동안 부모와 함께 삽니다. 80만년 전 네안데르탈인은 누더기를 입고 몽둥이를 든 모습으로 상상되지만, 뇌의 크기는 우리보다 컸어요. 그들은 9살에 집을 나가 독립했다고요. 그건 집터나 치아 화석으로 확인되는 사실입니다."

―반항해도 놔둬야 한다는 뜻인가요.

"그걸 무조건 막고 방 안에 가둬놓는 것이 최선은 아니라는 겁니다. 아이가 어느 날 너무나 다르게 변해서 부모가 힘들겠지만, 그런 요소를 제거하지 말고 치명적인 결과를 피하도록 하면서 독립심을 가질 수 있게 해줘야 해요. 살인이나 자살, 약물중독 같은 치명적인 결과는 없어야겠죠."

―'10대 성장 보고서'를 보면 '엄마가 나한테 관심을 끊어줬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아이가 나옵니다.

"부모가 할 일은 아이가 사춘기를 지나면서 안전하고 건강할 수 있도록 지켜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충분히 아이와 거리를 둬야 해요. 그래서 부모가 너무 가까이 붙어 있다는 느낌을 주지 말아야 합니다. 사실 이것은 매우 힘들어요. 어떤 아이는 8살에, 어떤 아이는 서른 살이 돼서야 이런 일을 겪기도 하거든요. '나는 엄마가 미워. 내 인생에서 영원히 사라져 줘. 그런데 아까 산 티셔츠는 주고 가.' 아이들은 책임은 없고 자유와 권리만 원해요. 그러나 어느 정도 그것은 진심이에요. 그저 부모의 관심을 끌려고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거죠. 정말 부모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는 거죠. 정말로 부모가 자신의 인생에 그만 끼어들기를 바라는 거예요. 그게 미숙한 형태로 나오는 거죠. 뇌에서 인생의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부분은 18세가 되어도 완성이 되지 않으니까요."

기드 박사는 인터넷을 활용한 멀티미디어 교육에 대해서도 지지했다. "아이들에게 산의 높이와 강의 깊이, 전쟁이 일어난 연도 따위를 가르칠 필요가 없다"며 "스마트폰만 있으면 몇 초 만에 알 수 있는 사실과 숫자들을 암기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사람이 평생 친하게 지내는 사람의 숫자인 '던바의 수(Dunbar's number)'가 150명인 것도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국 10대의 경우 페이스북 친구가 평균 800명입니다. 인터넷 덕분에 800명의 친구를 관리할 수 있도록 뇌가 적응하고 있죠. 10대들을 교육하고 다루는 방법도 이런 변화에 맞춰 바뀌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