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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CEO
고3 CEO

저자: 김태웅 l 출판사: 동양문고 l 판형: 신국판 l 발행일: 2004.11.12 l ISBN: 89-8300-407-X l 페이지: 224  

 

정가: 8,500원

나이 마흔 여덟. 고등학교 3학년. 1학기말 고사 전교 1등.
이렇게 늦은 나이에 그는 왜 고등학교를 다니며, 그 치열하다는 고등학교 3학년들의 경쟁에서 어떻게 전교 1등이라는 성적을 낼 수 있었을까?
그가 올해 3월 고등학교 3학년으로 복학하기 전까지 그의 학력은 고등학교 2학년 중퇴. 그리고 그의 현재 사회적 위치는 중견 출판사의 사장.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두 가지 위치. 그가 현재 걷고 있는 삶의 좌표이다.
그에게는 아들 한 명이 있는데, 그 아들 또한 고3이다. 부자가 함께하는 고3 생활은 어색하지만 나름대로 미소가 흐르는 풍경이다.
그는 어릴 적 무척이나 불행했다. 가난 때문에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어야 했다.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껌팔이에서 막노동까지 안 해 본 일이 없다. 하지만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다. 불행의 끝이 어디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그가 처음으로 제대로 된 직업을 얻은 것은 출판사의 임시직 사원이었다. 그는 어렵게 주어진 자신의 직분에 인생을 걸었다. 인생을 건 만큼 누구보다도 열심히 하여 정규직 사원이 되었다. 하지만 불행은 또다시 이어졌다. 남들이 다 하는 승진 시기에 유난히 그의 이름만 명단에서 제외되고 있었다.
그는 현재 중견 출판사의 사장이 되어 있다. 그간의 어려움은 또한 이야기가 길어지는 사연이다. 동업자의 배신으로 탄탄하게 일구어놓은 회사를 거저 주다시피 하고 나와야 했던 일이며, 다 쓰러져버린 누더기 출판사를 인수하여 탄탄대로에 올려놓기까지의 사연들은 또다시 기나긴 이야기이다.
경제적 상황이 총체적으로 어려운 이 시기에, 앞으로 나아가기에도 바쁜 이 시기에 그는 마흔 여덟이라는 삶의 좌표를 10대의 고3이라는 좌표로 바꾸어 섰다. 고3을 마친다고 하여 무슨 큰 변화가 있을 리 만무하지만, 그가 고3이라는 좌표로 바꾸어 서는 순간 그의 목표는 대학 입학이었다. 말단 사원마저 속으로 웃을 일이었지만, 그의 의지는 확고했고, 반 년이 지나 1학기말 고사를 마친 그의 손에는 전교 1등이라는 성적표가 들려 있었다.
그는 사장이라는 직분과 학생이라는 신분을 공유하고 있다. 회사에서는 사장님이지만, 학교에서는 '큰형님'으로 통한다. 회사에서는 결재 서류를 보지만, 집에서는 여느 고등학생과 마찬가지로 '싸이질'을 한다. 'go3CEO'라는 카페도 개설했다. 물론 무슨 재미로 하는 것이 아니다. 이 나라 교육의 앞날과 청소년들의 건강한 자람을 위해 그는 오늘도 이 책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외쳐대고 있다.


추천의 글

당신이 부럽습니다.

김태웅 사장과 마주해 소주잔이라도 함께 기울이는 가을날은 행복하다. 두 살 차이로 또래 세대를 살아온 그에게서 스무 살 열정이 뿜어져 나와 그만 나까지 중독되기 때문이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우리 세대가 겪은 고통과 인내가 가랑비처럼 스며들어 때로 회한에 젖어들기도 하지만, 고난을 딛고 일어선 자, 인생의 전환을 위해 투자하는 자의 묵직함이 더 많이 느껴져 금새 부러워진다.

- 정희성(시인.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난 행복하다. 고3짜리 친구가 있어서이다. 그리고 올해 겨울이 깊어지면 분명히 대학 신입생이 되어 있을 마흔 여덟의 친구가 있기 때문이다.
난 새삼 두려워진다. '그처럼 나도 치열하게 살고 있는 것일까?'를 자문해 볼 때, 자신이 없어서이다.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번엔 친구의 이름으로서가 아니라 독자의 이름으로!

- 김영수(출판평론가)



저자 후기
망설이고 있기에는 우리의 인생이 너무 짧습니다!

마흔 여덟에 교복을 입다.
나는 500종이 넘는 출판물을 가진 출판사 사장이다. 나를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최소한 대학 문턱은 밟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최종학력은 고등학교 중퇴이다.
나는 이 사실을 아내에게조차 숨겨왔다. 오랜 시간 괴로웠다.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속인다는 것이 괴로웠다. 고민 끝에 결심을 했고, 지금 나는 뒤늦게 고3 수험생이 되어 있다.
회사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난 내가 자랑스럽다. 오늘도 나는 출근길이 아닌 등굣길을 서두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쌩쌩한 CPU로 무장한 동급생들과 경쟁을 하기고 하고 우정을 나누기도 한다.

배를 항구에 묶어 두려고 만드는 사람은 없다.
출판사 임시직으로 출발해 연간 수십 억의 매출을 기록하는 출판사의 사장이 되기까지 내 좌우명은 '배는 거친 파도와 풍랑을 이겨내야 비로소 제값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내 젊은 날의 고통들과 슬픔은 파도였으며 풍랑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들을 뚫고 잠시 기항에 정박중이다. 그리고 내일은 또다시 바다로 항구를 박차고 배를 몰아갈 것이다. 새로운 도전을 향해!

공부에는 정년이 없다.
내가 고등학교 복학을 선언했을 때 웃는 이들이 많았다. 나 또한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나의 인생을 완성하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밤을 지새며 공부법을 깨우치고 교과목 학습을 정복해갔다.
그리고 기말고사 성적이 나왔다. 우리 반에서 1등이었다. 뒤늦게 알고 보니 3학년 전체 1등이었다. 축하해 주는 동급생들의 미소 너머로 나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야 했다.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이 이루어졌고, 앞으로도 이루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뜨겁게 가슴속을 채웠다. 공부에는 정년이 없다.

뒤늦게 배운 도둑질 날 새는 줄 모른다.
요즘 나는 인터넷에 카페를 개설해서 '쿨하게' 고해성사를 하는가 하면, 인터넷 폐인이 되어 '싸이질'을 적극 권장하는 한편, 세상을 향해 큰형님이 보내는 칼럼을 정기적으로 쓰고 있다. 젊은이들의 건전한 정체성 확립을 위해, 나와 우리의 성공하는 인생을 위해!



책 속으로

본문 중에서

"오랜 고민 끝에 복학을 하기로 결심했다. 인생에선 말줄임표도 필요하지만, 꼭 찍어야 할 마침표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얘들아, 난 50이 다 되어서 대학 가려고 하잖아! 너희들은 나보다 30년 빠른 건데 뭐가 그리 조급해? 열심히 너희들의 시간표대로 뛰어 보렴!"

"꿈을 날짜와 함께 적어 놓으면 그것은 목표가 되고, 목표를 작게 나누면 그것은 계획이 된다.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기면 꿈은 현실이 되는 것이지."

"공부엔 FIFA 랭킹 하위팀인 코리아를 월드컵 4강에 단번에 올려놓은 히딩크식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 하루 하루 한 계단 한 계단 지치지 않고 오르는 겸손한 황소걸음이 최고이다.

…… 오로지 공부만 할 수 있었던 학창 시절이 이렇게 그리울 줄이야. 다시 돌아갈 수 없지만 다시 온다면 정말 열심히 공부할 것 같다. 시간을 소중하게 귀하게 다루는 자가 성공한다는 옛 성현들의 말씀이 가슴에 와 닿는 순간이다."


프롤로그

어디에서 출발할 것인가?
새로 시작한다는 것은 항상 두렵고 긴장되는 일이다. 30년 만에 등교하던 날의 아침도 그랬다. 긴장과 흥분, 해낼 수 있을까 싶은 걱정. 복학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어머님의 소망 때문이었지만, 그것을 결심한 이유는 또 다른 것이었다. 한계. 얼마 전부터 나는 이것을 절감하고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전 세계 PC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인텔(Intel) 사는 1984년경 심각한 경영위기에 놓여 있었다. 당시 그 회사의 주력사업 분야는 메모리 반도체였다.(중략)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인텔의 CEO 앤디 그로브는 그의 절친한 동료인 고든 무어에게 어려운 질문을 했다.
“만일 이사회가 새로운 경영자를 데려온다면, 그는 어떻게 할 것 같은가?”
“아마도 우리 회사를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빠져나오게 할 거야.”
무어가 대답했다. 그러자 잠시 골똘히 생각하던 그로브가 말했다.
“그렇다면 말일세. 자네와 내가 문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우리 스스로 그렇게 하면 어떨까?”
그들의 해결점은 인텔의 최대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었다. 대신 전적으로 새로운 사업, 세계 최고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일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결국 이렇게 고통스럽고 대담한 결정으로, 그들은 회사를 구했고, 세계 최고의 반도체 회사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중략)
어려움에 처한 인텔의 앤디 그로브가 내부를 보지 않고 바깥과 미래를 보려고 했듯이, 나 역시 우리 사회와 미래를 보고 싶었다. 책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책 읽는 사람의 눈으로,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사람의 눈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또한 그런 것과 무관하게, 새로운 지식과 눈으로 ‘현재의 나’를 변화시키고 싶었다. 고정적이고 결정되어진 틀로 세상을 보고 싶지 않았다. 이것이 마흔 여덟이라는 나이에 다시 고3학년에 복학하겠다고 결심한 이유였다.
몇 년째 단군 이래 최대의 불황이라는 말이 출판계를 유령처럼 배회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 미래를 내다보고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면 생존이 불가능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나는 그것을 예측하기 위해, 그게 아니더라도 예측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 다시 공부하는 것으로 시작하고자 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무엇으로, 어디에서 출발하는지 궁금하다. 벌써 출발했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에필로그

내 인생의 리셋을 위해 '비전'에 접속중!

최근에 ‘동양문고’에서 신간으로 내놓은 책 중 《내 인생 여기서 리셋하자》가 있다. 대만 최고의 처세 베스트셀러 작가인 리허의 저서로 ‘사회로 나아가는 100가지 비결’이 원저의 제목이다.
회사 편집부에서 근간으로 출판할 리스트 목록을 제시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책이 이것이다.
‘그렇지! 성공하려면 인생의 새로운 출발을 꿈꿔야 하는 거야! 그렇다면 지난 자기 생을 밑바탕으로 리셋 버튼을 눌러야지!’
이런 생각 끝에 시놉시스를 살펴보니, 출판하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요즘 나하고 같이 고3 교실에서 동고동락하는 열아홉 살짜리 아이들에게 건네주면 좋을 내용들 같았다.
그 첫 편의 서두를 소개하면 이렇다.

《맹자(孟子)》의 〈고자(告子)〉 하편에 이런 글이 있다.
“순임금 같은 성군도 밭농사부터 시작했고, 부열 같은 은나라의 명재상도 성벽을 쌓는 인부의 신분인데 등용되었으며, 교격 같은 어진 신하도 생선장수의 신분으로 문왕에게 발탁되었다.(중략) 하늘이 장차 큰 소임을 사람에게 내리려 하면 반드시 먼저 그 마음과 뜻을 괴롭히며, 그 힘줄과 뼈를 고달프게 하며, 그 육체를 굶주리게 하고, 그 생활을 곤궁하게 하여, 행하는 일마다 의지와 엇갈리게 한다. 이것은 바로 마음을 분발하게 하고 인내심을 강하게 하여 지금까지 그가 능히 하지 못했던 일을 잘 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인용 구절 한 편만으로도 우리가 인생을 리셋하려고 결심했을 때, 무엇이 성공의 필수조건이며 자본인가를 깨닫게 해준다.(중략)
다시 내 인생의 ‘리셋’을 생각해 본다. 지금껏 살면서 겪었던 고난과 감내해야 했던 인내는, 다름 아닌 새로운 출발을 위한 의지와 능력을 연마하기 위한 귀중한 과정이었음을 다시금 되새겨본다.
‘고3 CEO’ 김태웅이 ‘대학진학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리셋’하는 이때, 앞길에 비단 꽃길만 펼쳐지리라 낙관하지 않는다.
그러나 난 확신한다. 고3이라는 이름의 스무 살 열정으로 우리 자신을 채찍질해 나간다면, 하늘은 무한한 크기로 펼쳐지는 새로운 세상을 준비해 놓고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난 오늘도 ‘비전’에 접속중이다.




책 출간을 지켜보며

참 소망의 가치를 일깨워준 보통사람의 신화

우리가 살면서, 홍해 바다가 갈라지고 물 위를 걷는 기적을 봐야만 감동 받고 감탄하는 것은 아니다. 원 컷 원 신One Cut One Scene, 이른바 일상적으로 스쳐 지나갈 만한 장면 한 대목에서도 우리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목청껏 환호하며 환희의 박수를 칠 수 있다.
그런데 사막을 걷는 듯한 이즈음의 세태에서, 내 오랜 친구 '김태웅'의 일탈은 나를 송두리째 흔든 감동이었다.
그저 하는 대로, 그저 일하는 대로, 그저 살아가는 대로 하루 24시간을 때우고 세월을 죽여도 '김태웅'은 밑지는 게 없는 사람이다. (중략)

그런 그가 "나, 복학하기로 했어!"라고 고백했을 때, 난 처음엔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그의 결단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자부해 왔다. 그런데 30년 전 삼육고에서 퇴학당한 일, 30년 뒤에 다시 복학하기로 결정한 일 등을 털어놓으며 눈가에 이슬이 맺히는 걸 보았을 때, 난 어쩔 수 없이 '미안'했다. (중략)

변화를 받아들이는 사람에겐 희망은 망상이나 공허한 상상이 아니라 ‘값진 소망’이 되는 법이다. 그가 그 소망을 이루어가는 모습이 내겐 부럽고, 한편 자랑스럽다. 신화가 없고 영웅이 없는 이 메마른 시대에, 자신의 신념과 소망을 실현하려고 가열한 노력을 기울이는 그의 모습은 보통사람의 신화요 영웅담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중략)

한 학기 동안 고3 교실에서 치열하게 치러낸 자신의 2004년 봄을 말하기 시작했다.
재미있었다. 배꼽을 잡고 웃기도 했다.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났다.
나는 그의 얘기를 묶어 책을 내자고 했다. 거품 빼고 무게 잡지 않고 고3짜리 자기 동급생들에게 교실에서 못다 한, 아니 미처 들려주지 못했던 얘기까지 넣어 경험담을 풀어 넣자고 했다.

김영수(출판평론가)